작은 아이 아침 챙겨주고 비실 거리기 시작해서
오전을 꿈만 현실 반으로 보냈다.
점심때 남편 전화를 받으러 정신 차리고는 밥 먹고 유튜브로 노래도 듣고
영상도 좀 보다가 또 졸기 시작했다.
이렇게 잠은 자고 자고 또 자도 오는지 모르겠다.
내가 늘어져 있으니 국수도 옆에서 늘어져 있다.
너무 오래 늘어져 있으니 국수가 심심했는지 일어나라고 자꾸 내 팔을 툭툭
건드리고 머리카락을 고른다.
그래 이제 그만 일어나자 했다.
그렇게 하루를 꼬박 암것도 안 하고 쉬었다.
이렇게 쉬어 보기가 얼마만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체력이 바닥인 게
사실이긴 한 모양이다.
국수 인형들을 모두 세탁기에 몰아넣고 돌리고 청소기도 돌리고
좀 움직이고 나니 덥다 싶다.
그렇지 지금이 7월 하고도 하순 인디 더운 게 당연한데도 나는 아직
반바지와 긴바지를 번갈아 입는다.
오늘도 긴바지다.
7월에 웬 긴바지?
나도 몰라. 근데 장마가 길어지면서 비 오면 싸한 느낌이 싫어서 아직 이러고 있다.
무릎에 앉아 있던 국수가 더운지 방바닥으로 내려가네... 흐흐...
건조대에 집게로 물려 매달려 있는지 인형들을 발견한 국수
왜 내 장난감이 저기 저러고 있느냐고 투덜거린다.
젤 작은 거 하나 내려주니 가지고 놀더니
또다시 건조대 밑으로 달려가 짜증이다. 내놓으라고...
그렇게 밤이 깊도록 그러고 있다.
앞으로 두 번은 더 징징 거릴 거 같다.
아직 마르지 않아서 더 널어 두어야 하는데 저 넘에게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다만 지 물건이 지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매달려 있다는 것이
싫은 것뿐이다.
나도 너처럼 단순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국수야...
남편이 회식을 하고 왔다.
병반 마셨다는데 제법 취기가 올라온 모양이다.
말이 병반이지 세병은 마신 것 같다.
술이 많이 약해졌다.
몸도 맘도 편치 않은 일은 선택한 지 넉 달이 넘었다.
본인이 선택한 일이고 마누라를 일지 옥에서 구해내기 위해서라고는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아직 자기가 임금만큼의 일은 못하는 거 같은 모양이다.
그렇겠지.
성격 좋아 허허거리고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겠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고 있는 거 보면... 마음이 참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