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널브러진 설거지를
모아 담고 있는데 옆집 언니가 전화하셨다.
고춧잎이 있는데 가져다 담으라고~
감사하게도 챙겨 주시네
큰아이 돌 무렵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때 엄마가 싸다 주신 고춧잎 김치를
정말 정말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몇 번 엄마한테 말씀을 드렸는데 엄마는 기억을 못 하시드라고..
고추장 장아찌였던 것 같기도 하고, 간장에 담근 것은 아니었는데
집 나간 입맛을 한방에 불러들인 그 고춧잎 김치를 잊을 수가 없다.
그 후로도 엄마한테 수도 없이 많은 김치며 반찬을 조공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가끔 입맛이 없거나 아프거나 밥알이 모래알처럼 느껴질 때면
그때 그 고춧잎 김치가 생각이 난다.
그때 바로 이야기하지 그랬느냐고...
아버지 돌아가시고 혼자 잘 안 먹어서 안 담아 버릇했어 그때 맛도 안 나고
어떻게 담았는지도 가물가물 하시단다.
늘... 꼬리 고추 대신 여린 고추간장 조림을 해서 주시는데
그것도 입맛 없을 때 밥 물 말아 한술 떠서 올려 먹으면 그만이기는 하지만
엄마표 고춧잎 김치는 늘 그리움이다.
울 엄마
아들 며느리에게
명절 때 내려오지 말라고 했단다.
아들 며느리 편하라고 미리 이야기했다고..
그러고 보면 울 엄마 참 멋쟁이 같다.
우리 집 어른들은 아무도 나서 주지 않으셔서
분주한 명절을 보내게 될 것 같다.
다 같은 도시에 모여 살아서...
이런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조용한 동네라서..
뭐라 딱히 누구도 나서지 않는 모양이다.
어쩌겠어.
내겐 너무나 당연한 명절인데....
그나저나 동쪽 하늘에 별이 너무 이쁘게 떴다.
스산한 가을바람에 더 반짝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