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0

오래된 마음

그냥. . 2020. 9. 21. 22:35

오래된 소망이다.

아주 오래된 꿈이라고 해도 좋겠다.

바닷가 가까운 곳에 그러니까 창 안에 바다가 들어오는  

자그마한 아파트도 좋고 멀리 마당에서 바라보이는 

저어기 어느 지점에 바다가 보여서 걸어서 멀지 않은 거리에

거기에 바다가 있는 곳에 작은 집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이곳에서 내 인생의 가장 많은 날들을 보냈지만 

나는 이곳에 별루 정이 없다.

아이들은 이 집에 좋다고 하고 자기들 추억이 많아 엄마 아빠가

늘 여기 있었으면 좋겠는 모양인데 나는 나는 아니다.

나는 여기 이곳은 늘 벗어나고 싶은 덫 같은 곳이었다.

벗어나지 못한 것은 내 인생에 지고 싶지 않았었고, 내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내 엄마를 울리고 싶지 않았던 이유였을 것이다.

그렇게 30년 가까운 날들이 쌓이고 쌓여, 상처에 딱지도 앉고

흉터도 생기기도 없어지기도 했지만 나는 여기 이곳에 그다지 정이 없다.

그나마 이웃의 언니들이 있어 종종 위안을 받기도 하고 

그래 이만하면 여기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벗어날 수 없다면...

남편이 나고 자란 곳이라 다른 곳을 생각하기 어렵다면

가끔 국수 데리고 가서 편하게 쉬고 올 수 있는

언니도 부르고, 동생도 부르고 엄마도 불러 모아 삼겹살에 맥주 한잔 

기울이고 마음 편하게 하루 이틀 머물 수 있는 그런 곳이 있었으면 했다.

그런 곳으로 바다가 멀지 않았으면 했고,

조용했으면 했고, 붉게 저물어가는 하늘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는 곳이면

더없이 좋겠다 싶다.

유튜브 부동산을 들여다보며 괜찮은? 마음에 드는? 그런 곳을 수도 없이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남편도 아예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겠지.

세컨드 하우스라니.. 허.... 뭔 욕심인가 싶은 마음도 들겠지.

그렇지만 의리의리 한 집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작은 시골 옛집을 고쳐서

써도 좋으니 그런 집 하나 있으면 좋겠다 노래를 부른 지 몇 년 된 것 같다.

처음엔 강원도로 가고 싶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왔다 갔다 하기 멀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 일출보다는 일몰을 더 보며 살고 싶잖아 싶어 서해 쪽으로 가도 좋다 싶은 마음이었다.

어제 둥이 언니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 부안에 집하나 살까~~ 하시는 거다. 저렴한... 세컨드...

흐흐흐...

언니 제 속에 들어갔다 나오셨어요? 하며 한참을 이야기했다.

충격은... 둥이 언니는 자기가 가서 보고 자기가 저지르고 오면 된단다.

나는 벌써 몇 년째 조르고 있는데...

이건 뭔... 무슨 차이인가... 싶지만 뭐 기분 나쁘거나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었다.

더 늙기 전에

더 병원 가까이 찾아가야지 싶기 전에

내 영혼의 쉼터 하나 가지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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