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2025 설날풍경

그냥. . 2025. 1. 29. 21:50

발목 깊이까지 빠지는 눈을 밀었다.

한쪽으로 쌓이면 녹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길은 내었다는 남편..

아주 많이 춥지 않은 날씨 덕분인지

소복이 쌓인 눈이 이불 역할을 했는지 

바닥에 얼어 붙지는 않았다.

하루는 내리면서 녹고

어제는 내리는 대로 쌓이고..

이틀을 내리는 대로 쌓였다면 어땠을까?

감히 상상이 안된다.

열 시쯤 차례 지내자 했는데

눈은 계속 내리고..

눈 속에 숨어버린 길은 두려움의 대상이고..

조금씩 조금씩 늦어져서...

차례는 그만 두고 모여 아침 겸 점심을 먹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편하더라고. ㅎ...

물론 이미 다 준비되어 있어서 차례를 지낸다고 해도

아무 문제없었겠지만

뜬금없는 눈 때문에 건너뛰기가 된 차례가

이렇게 가볍게 건너뛸 수 있는 거라는 걸...

 

뒷집 풍경이 흑백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흑백의 세상이다.

눈 속에 고립된 집 같다.

저 집안에도 명절을 따듯하게 지나가고 있겠지..

아들 차 위로 눈이 예쁘게도 쌓였다,

눈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쏟아져 내렸다.

쌓인 높이가 장난이 아니야.

이런 눈은 몇 년 만인지 기억도 없다.

명절 때 이런 눈은 처음인 것 같기도 하다.

뒷골목에는 길이 사라졌다.

너무 곱고 예뻐서 감히 발자국을 내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 조심스럽게 눈 위에 길을 내었다.

어디로 가는 길이었을까?

이 동네는 대부분 큰 집인데 

큰 집에 차례 지내러 가는 길은 아니었을까?

이 동네에 차례 지내러 아침부터 

움직이는 집이 있었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몇 집은 잘 모르겠다.

수십 년을 살았어도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동네다.

물론 어디든 그렇겠지만...

 

눈... 

누구는 예쁜 쓰레기라고 하지만

나는 눈이 좋다.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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