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비가 많은 계절인가 싶다.
아직은 아닌 것 같은데 한 번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며칠이 질척인다.
빗소리도 비 내리는 모습도 좋기는 하지만 몸은 자꾸 식는다는 느낌은
5월임에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게 우습다.
차츰차츰 의도적인 것인듯 의도하지 않은 듯 그렇게 하루를 기록하는 일에
거리를 두고 있다.
게으름이기도 하고, 소재 고갈이기도 하고 이 모든 것이 말하자면 나이 탓이기도
한 것 같다.
세상 단순해 사는 것이..
밥먹고밥 먹고 일하고 밥 먹고 그럼 하루 가던지
밥 먹고 집에 있고 밥 먹고 집에 있다 보면 하루가 또 가버리던지..
아이들은 각자의 인생을 채색해 가느라 여념이 없지만 나는 옆에서
별로 거들 일이 없다.
거들 일이 없다는 것은 물론 감사하고 고마운 일임을 알지
이렇게 고마운 일이 또 어디 있겠어.
남편도 단순하지만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고,
나의 일주일은 자동차 같고, 나의 한 달은 케이티엑스 같다.
정신 차려보면 어느순간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햇살 바라기 하며
오늘이 내일인지 모레인지 어제인지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거 아닌가
가끔 두렵기도 하다.
시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
나만 그런가...
지금 이시간 남편 코 고는 소리와 우리 집 멍뭉이 코 고는 소리가 이중창으로 아주아주
편안하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