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1

꿉꿉했던 날..

그냥. . 2021. 7. 8. 14:40

오랜만에 온전히 쉬는 날

새벽까지 퍼붓듯이 내리던 비도 그치고

커피 한잔 먹고 앉았는데 방이며 거실이며 습함이 말이 아니다.

여기저기 선풍기 돌려대고 제습기도 돌아가고 있지만 

요 며칠 날마다 내린 비로 온 집안에 물속에 잠겨있다 나온 냥

꿉꿉하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그쳤으니 청소 열심히 해서 선풍기 있는 대로 다 돌리고

제습기 돌리면 괜찮겠지 싶어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를 하다가 꽂힌 곳이 환기시키려고 열어 둔 싱크대 안 여기저기

큰아이보다 나이가 많은 접시며 대접이 있는가 하면 언젠가 아쉬울지 몰라

싶어 쌓아 두었던 플라스틱 통들, 그리고, 사은품으로 받아온 접시 세트들이

정리한다고 했는데도 아깝다는 이유 또는 추억이 있다는 이유로

1년에 한 번도 바깥 구경을 못하고 싱크대에 갇혀 있는 것이 

정리해야지 싶었다.

너무 많아 모든 게 미니멀 라이프 어쩌고 하는데 우리 집은 미니멀은 고사하고

사람 수에 비해서 필요해서 있는지 그냥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지

1년에 한두 번 쓰이기 위해서 있는지 모를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들어내기 시작했다.

신협에서 정기총회 때 준.. 나이가 몇 살인지도 모르는 나눔 접시들

언제 쓸지 몰라서 넣어 둔 1회용 플라스틱 접시들 그리고 짝 잃은 대접이며 밥그릇

꽃병 하면 좋을 것 같아 모아 둔 도자기 꿀병,  경옥고 단지 

선물로 받은 주먹만 한 고추장 항아리 등등등

다 들어냈다. 속이 다 후련하다.

이제 냄비들을 바꿀 차례다.

큰아이 전역하고 독립할 때 처음 독립시키는 마음에 부족함 없이 해 주려고

냄비를 세트로다가 장만해 주었다.

자취하는 넘이 얼마나 쓸 거라고...

근데 그것이 많이 쓰지는 않았겠지만 세월이 쌓이고, 아이가 관리했던 거라

내가 지금 당장이라도 써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아이는 내년쯤이면 다시 독립해서 나간다고 하고..

그렇지만 독립한다고 해서 냄비가 세트로다가 필요하지는 않을게 뻔한데

망설이고 있기는 하다.

아냐 뭘 망설여 

아들 냄비 내가 쓰고, 아들 독립할 때 한 두 개쯤 어지간한 걸로 사 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에 관련된 것은 내가 손대기가 참 그렇다.

큰 아이랑 작은아이 방에는 물론 정리한다고 정리했지만..

책이며, 아이가 쓰던 물건들이며 서랍에 한자리 잡고 있는 이런저런 것들이 

그대로 머물러 있다.

아이들에게 책이랑 정리하면 안 될까? 물은 적 있는데 정리하라고 하긴 했었다.

책도 책꽂이 가득하고, 공부 한 연습장도 많고, 프린트했던 종이들은 어느 정도

정리를 했는데 참 쉽지가 않다.

버려도 된다고 하는데 나 혼자 손 대기가 그렇다.

그래서 어느 날 같이 시간 내서 정리하자고 했지만 아들들은 바쁘고 정리하는 일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추억이 있을 텐데..

뭔가 버리기 싫은 걸 버리면 어쩌나 싶은 마음..

왜 있잖아. 드라마 같은 거 보면..

오랜만에 집에 와서 자기 방 서랍에서 발견한 추억이 가득 한 물들을을

바라보는 배우들의 아련한 표정들...

내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봐

사실 나 같은 경우도 친정에 가도 옛날 추억을 더듬기 위해서 책상 서럽을 열어보거나 했던

기억이 어렸을 적 빼고는 기억이 없는 게 사실인데 말이다.

요즘 아이들은 사실 추억을 되돌리며 사는 일보다는 현실에 보고 듣고 즐길 것들이 넘쳐 나는데 

말이다.

그래도 정리는.. 좀 미뤄야지 싶다.

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뒤집고 싶을 때 아낌없이 뒤집으면 되지 뭐.

이미 아이들 허락도 받아 놨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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