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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향 가득한 가을

그냥. . 2021. 10. 21. 21:13

커피를 많이 좋아한다.
어린 시절 첫 경험은 어른 흉내를 내듯이 

그렇게 시작했던 것 같다,

컵이라는 아이는 학교 물주전자 옆에 갈색 짙었던

사기 컵이 전부인 걸로 알았던 그때..

시험이라는 핑계를 둘러대고 어른들이 마시는 그것이

한 번 마셔 보고 싶어서

스테인리스 국그릇에 출렁이듯 물을 부어 먹었던 커피믹스..

빨간 네모난 봉투의 맥스웰이었던가... 하는...

이 쓴걸 어른들은 왜 맛나다고 마시지 싶었던..

밤을 새우게 해 준다는 커피를 한 대접이나 마시고도

쿨쿨 잠도 잘 잤던 그 커피..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진짜로 쫓아야 하는 잠을 위해서,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서 마시기 시작했더,

또 어느 시절에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누군가 알코올을 찾는 것처럼 커피를 찾았었다.

추워서, 마시고, 더워서 마시고, 소화가 안 되어서

피곤해서, 그리고... 눈이 와서 비가 와서 

커피는 내게 꼭 필요한 어쩌면 밥보다도 더 한 밥 같았다.

그렇게 과용해서 그런가..

너무 내가 좋아하니까 내 몸이 카페인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정상적으로 살려며 멀리 해야 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 버렸었다.

그래서 찾은 것이 디카페인...

처음에는 구분이 안되더라고..

다만 마셔도 마셔도 뭔가 허전하더라는 거지

바닥을 기는 기운도 채워지지 않고,

꽉 막힌 속도 안 뚫리고

비 오는 날도 뭔가 더 스산한 것 같고...

그러다가 맛도, 색도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하니까 이건 뭐

이것을 커피라고 할 수 있는 건지 뭔지..

그렇게 한 두해 끊었던 믹스 커피를 조심스럽게

다시 먹기 시작했지/

괜찮더라고..

내 몸이 이제 괜찮은가 봐 싶기도 했지만

하루에 최대 두 잔을 넘기지 않았어.

더 마시고 싶으면 디카페인으로 채우던지 아님 다른 차를 이용했지.

그러다가 가끔씩 가끔씩 그렇게 즐기던 믹스커피가 멋없게

느껴지는 날들이 생기 드라고..

그렇게 좋은 친구이자 애인이자 위안이자 

첫사랑 같던 그 커피가 말이야.

지나가는 말로.... 커피머신 하나 있으면 좋겠다..... 손쉽게 캡슐로다가..

했었다.

그날로 우리 집 남자 폰 검색을 해 보더니 

사고 싶음 사~ 하드라고..

그래도 그게 어디 그래 

지금 내 내 인터넷 장바구니에는 몇 달째 결제 못하고 있는 봉틀이 친구들이

몇 개 있는데 말이야..

이상하지 아들 넘거나 집안에 필요한 것들은 고민도 없이 잘도 결재하면서

순전히 내 것이라는 것들은 왜 그렇게 망설여지는지 말이야

 그러고 있었는데 웬걸 눈먼 쿠폰이 생긴 거야.

그것도 꽤 큰 금액의..

너무 순진해서 챙기지 못했던 떼  몇 번 쓰니 덥석 안겨 주던 쿠폰

어찌나 어이가 없고 황당하던지..

그렇구나 내가 그동안 참 바보처럼 살았구나... 하면서..

쓰임새가 한정적인 그것을 뭐할까.. 하고 있는데

머신 사라~ 그러는 거야.

그래서 그러지 뭐.. 했지

처음이라 저렴한 가격에 기본적인 것을 보고 또 보고 또또 보고..

이거 사야지 했다가 커피 호환이 잘 도지 않는 거 같아서

저거 사야지 하고 그러다가 또 뭔가 라테도 안되고....

그래서 다시 처음 봤던 거 이거 사기로 결정했는데

우리 집 남자 묻길래 이거 살 거야 하며 당신 아메리카노 좋아하잖아 했더니

아니야 나 라테나 카푸치노 좋아해 그런다.

근데 왜 아메리카노만 먹었어? 했더니

싸잖아. 한다. 오잉? 얼마나 차이 난다고~ 했더니 카페 커피는

너무 비싸. 하드라고..

그래서 그럼 좀 비싼데 이거 살까? 했더니

좋단다. 그래서 원래 사려던 거의 두 배 이상의 가격을 주고 라테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머신을 샀다.

캡슐도 여러 종류로 쿠폰 있는 만큼 사고..

우선 아들이 좋아하고..

카페만큼은 아니어도 괜찮다고..

남편도 좋다 한다.

우유 양 조절을 못해서 커피우유처럼 만들어 먹기도 했지만..

나는 속이 왜 이렇게 더부룩하고 안 좋은가 하기도 했지만..

소화 잘 되는 우유로 바꾸고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겨서..

더 생기겠지 라테도 아메리카노도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맛나게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커피 내릴 때 집안 가득 차 오르는 커피 향..

너무 좋아..

비 오는 날~

커피 향으로 집안을 가득 채우고..

생각만 해도 좋다....

향이 좋아서 자꾸 커피를 내릴 것 같다.

아... 물론 나의 커피는 대부분 디카페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또다시 내 몸이 카페인에 예민하게 구는 거 같아서

조금 조심하고 있는 중이기는 하지 마 너... 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