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6월이다~

그냥. . 2022. 6. 1. 07:50

이슬 묻은 대추나무 잎사귀가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인다.

그 어떤 보석이 저토록 아름다운 초록의 빛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지방선거 있는 날이라고~

출근 전 투표하고 오시고~ 여기저기 통화하느라 바쁘신 우리 집 남자 때문에

다섯 시도 안 되어 비몽사몽 한 탓에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반짝 뜨이게 하는

6월 첫날의 맑고 맑은 햇살과 반짝이는 이슬묻은 나뭇잎..

그리고 싸아하면서도 기분좋게 정신 번쩍 들게 하는 이 공기...

세상은 아직 고요하고 햇살은 열일 중이시고 나는 노닥 거리는 중이다.

요즘 화두가 행복인가?

마음속에 떠 다니는 단어이고 우연찮게 귀에 잘 꽂히는 말들이고

자주 마음을 흔들어 대는 소리이기도 하다.

큰아이는 여자친구 안 만드냐? 는 말에

나름 내 생활이 맨족스러워서리~ 하고 웃는 큰아이의 웃음이 

너무 좋고....

너무 높이 올라가서 버거워하는 작은아이의 묵직함이 마음 아리지만

남편도 아들을 이해하해주고 아들 편이라고 아들을 응원해주니 

또 너무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옆집 언니네 뭐 샀다네..딸들이 뭐 사줬데~ 말 떨어지기 무섭게

내가 사주께...

자식이 사주는 거 보다 남편이 사주는 게 더 좋지 하며

뭐든 내 원하는 것은 집 리모델링이나 담 헐어버리고 새로 세우는 거

아니면 다 해주겠다는 

그래서 어느면에서는 조금 부담스러운 남편의 마음이 

든든하고...

공무원연금포인트 카드 처음 받아 본 아들 지도  여기저기 

자랑스럽게 써 보고 싶었겠지만 그거 다 참고

엄마 아빠 쓰시라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드리는 거라며 통으로 내어 놓는 아들이 고맙고 좋고..

덕분에 거실에서 열 일하고 있는 청정기를 바라보는 눈빛이 4월 햇살보다 

더 사랑스럽고........

나만 나만 좋아라 하는 우리 집 멍뭉이 

내가 저것에게 이렇게 추앙 받아도 되나? 싶을 지경이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필요하구나 싶은 늦게 들은 보장보험 

넣은 것보다 만기에 손에 든 것은 한 줌도 안 되는 것을...

언니에게 전화해서 어찌 했으면 좋겠냐고 묻는 엄마의 마음과..

동생에게 줘서 굴려 보라고 했다는 언니의 마음과...

그래도 그런 면에서는 마음 놓고 있는 나구나 싶어 다행스러움과....

대기업 다니면서도 집 한채 마련하기 쉽지 않은 비빌 언덕이 없었던

동생에 대한 안쓰러움을 내 비치는 언니가

비빌 언덕이 없어 안쓰럽다는 조카를 이야기하는 마음과....

언니 말대로 동생에게 20년 가까이 엄마 건강의 비빌 언덕이 되어 주었지만

별루 비빌 일 없어 다행이었던 그래서 그러지 허접하기 짝이 없는

만기 지급금은 동생에게 이체시키고 언니 눈치 살피는 엄마 마음도 안쓰럽다.

언니는... 

두말 할 것 없이 대단한 엄마다.

두 딸 위해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니 우선 나라도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을만치 아이들 우선주의다.

그것 또한 울 엄마 판박이..

내 동생..

말해 뭐해.. 

 시골 촌구석에서 스스로 정 말로 비빌 언덕 하나도 없이 지 노력으로 서울에 

자리 잡고 지금 직장까지..

누가 뭐래도 자랑스럽고 고맙고 든든한 내 동생 

둘도 없는 엄마 아들.

청명한 새들이 들려주는 6월의 노래가 정겹고..

뱃속을 부글 거리고 발꼬락은 시리다고 양말 달라고 투정 부리고 있지만

이대로만 같아라 싶다.

6월의 첫날 아침부터 횡설이 수설이 하면서 

어딘지 좀 아쉬울 수 있지만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는 날들이 이어지기를..

 

'지나간날들 > 2022(쉬운 나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밤에  (0) 2022.06.04
작년 늦은 가을에  (0) 2022.06.02
비가 왔다.  (0) 2022.05.30
밤은  (0) 2022.05.29
낮엔  (0) 2022.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