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비가 내렸는데 이 늦은 밤에도 빗소리가 들리네
우수관 아래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마치 노크 소리 같다.
일정한 간격으로 똑 똑똑 똑 똑.....
아니 노크 아니고 초침 소리 같다고 해야겠네.
문 열어 보고 싶은데 지금 열면 추울 것 같으니 방안 공기 좀
따듯해지면 열어 봐야지..
물론 비는 보이지 않고 소리만 더 선명하게 들리겠지만 말이다.
비가 어지간히 많이 오지 않고는 가로등불 아래도 빗줄기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더라고..
우리 멍뭉이는 카메라 렌즈를 싫어한다.
모르겠다.
단 한 번도 사진을 찍으면서 멍뭉이에게 안 좋은 기억을 심어주거나
위협적으로 보이게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냥 싫어한다.
나 닮았나 봐..
이뻐서 자꾸 카메라를 들이대니
엉덩이들이 밀고 등 돌리고 앉아 있길래
내가 몸을 비비 꼬아가며 이상한 자세로 사진을 찍어대니
뭐 하는거야! 하는 듯 바라보는 표정 저 표정도 귀엽다.
저녁 먹기 한 시간 전쯤 사과 하나를 깎아 먹었더니
저녁밥 생각이 없는 거야. 그래도 남편 혼자 먹으라 할 수 없어서
시늉은 했는데 이 시간에 배가 고플 일이야!
그래서 밥 한 그릇 뚝딱하고..
따듯한 차 한잔 만들어 가지고 와서 앉았다.
배가 불러서 그런지 따듯한 차가 오늘은 그렇게
간절하지는 않네.
지직 지직 지직....
알림 문자가 계속 온다.
대부분의 것들의 출금 일자를 오늘로 맞춰 놨더니
새벽에도 오고 낮에도 오더니 저녁에도 온다.
ㅎ..
들어오는 곳은 한 곳인데
나가는 곳은 마치 수도꼭지에 붙어 있는 분사기처럼
쏴아 하고 퍼져 나간다.
월초로 해 놓기 잘했다.
내 것인듯 내것 아닌 것들이 내 것인 양 머물러 있는 날들이
길어지면 나도 모르게 내것인냥 쓰게 되는데
한 곳에서 들어온 그거 잠시 내 것으로 가지고 있다가
한꺼번에 쏴아... 하고 빠져나가면 좀 허무하기는 하지만
내 것 아닌 내것 같은 것에 속을 일도 미련을 가질 일도
없으니 말이다.
씀씀이를 좀 줄여보려고 애를 쓰는데 잘 안된다.
엄청 누리며 엄청 즐기며 사는 것도 아닌데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왜 이렇게 많고, 챙겨야 할 것들은 또 왜 이렇게
줄줄이 사탕처럼 매달려 나오는지 모를 일이다.
가끔은 다른 사람들은 어찌 사는지 그들의 가계부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나.
내 가계부는 내 것이어서 어디가 잘못되고 어디가 허술한지
어디가 과소비인지 알듯 모를 듯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뭐.. 사람마다 패턴이 다 다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다 다르니
참고할 수는 있어도 따라갈 수는 없는 것이겠지.
비 오는 날.. 오늘이 장날이라고 비가 좋기는 해도 비 내리는 날
장날 구경 가는 건 별로인데...
명절 전 마지막 장날이라고 구경 가자고 해서 다녀왔다.
비오니.. 장이 제대로 서지는 않는 것 같더라고..
생선 전 앞에 명태포며 명절 생선 준비하시는 호호 할머니들이 계시더라고..
그 할머님들은 직접 명절 음식을 준비하시는 걸까?
아님 장만 봐 놓으시는 걸까... 싶은 궁금함..
비 내리는 차가운 겨울 명절 장 보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
나도 귀찮은 일인데 싶었다.
엄마도..
이번에는 아프셔서 차례 안 지낸다고 하시는데
우리 엄마도 저렇게 하얀 머리 하늘을 떠받들고
시장 곳곳을 누비고 다니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절이 뭔지..
차례가 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나도 짧다면 짧지만 삼십년 넘는 세월로 명절을 지내고 있지만
꼭 필요한가.... 싶다.
많이 간소해지기는 했지만..
가짓수 대로 부쳐 내야 하는 부침개며,
탕이며, 나물이며.. 과일이며... 떡이며....
그냥 차라리 가족들 모여 밥 한 끼 먹는 걸로 간소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이다.
명절에 가족여행 가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다.
ㅎ
우리에게도 그런 날 올까... 싶다.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명절에 가족 여행 가는 것....
이루어지는 날 있겠지?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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