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포치에 앉아

그냥. . 2024. 8. 25. 23:11

귀뚜라미가 맞을까?

풀벌레 소리가 제법 듣기 좋게 들리는데 

귀뚜리는 아닌 것 같다.

내 이명을 덮을만치 고요하게 그렇지만 

확실하게 들려오는 저 소리가 좋다.

그래 제대로 거의 완벽하게 이명을 덮어 버리는 건

저 가을밤 소리 아닌가 싶다.

빗소리도 아니고 말이다.

좋다.

더 가깝게 더 요란하게  들리는 선풍기가 일으키는

바람소리가 있지만

그 바람소리에도 묻히지 않는 꽃밭에서 들리는 

저 소리가 이 밤 나는 참 좋다.

 

태양광 조명...

이틀을 땡볕에 내놨는데 불이 안 들어온다며..

사흘째도 안 되면 반품하던지 버리던지 해야겠다고

남편 앞에서 투덜거렸더니..

그 뭐 스위치나 전기 연결하는 거 아니고? 한다.

아니야 태양광으로 하는 거야. 빛을 모아서

밤에 밝히는 뭐 그런 야광 별 같은..

그래도 스위치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데

별생각 없이 듣고 있다가 

살펴보니 있네 스위치가..

엄청난 실수를 또 할 뻔했다는 이야기지.

우리나라도 아니고 물 건너온 건데...

아무 문제없는 것을 문제 있다고 반품하려고 했으니 말이다.

조심성도 없고 세심하지도 않고..덜렁대기까지..

요즘 모모여사 왜 이러는지 모를 일이다.

당연 온 오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왜 안 했을까?

날이 더워서 정신을 반쯤 냉동실에 얼려 놓고 사는 건지..

아님 시들어 가는 꽃대처럼 머릿속이 말라 가고 있는 건지

참 어이상실이다.

저렇게 예쁘게 불을 밝히는데 말이다.

사실 실물이 훨씬 예쁘다.

집 뒤 골목에 가로등이 없었으면 더 예뻤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작은 볼 안에 별들이 반짝이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정원에 태양광 등을 두는 집들이 제법 많은데

나는..

앞마당에도 뒷마당에도 가로등 불빛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어서 굳이 싶었었는데

포치에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서 하나쯤 놓으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근데 딱 예쁘다.

겨울이면 작은 트리도 하나 놓아야지 싶다.

작은 등불 하나 밝힌 기념으로다가

동영상 강의 들을 거 있어 거기 앉아 듣는데 

선풍기가 돌아가는데도 테이블 아래로는 모기가 

나 좋다고 달려든다.

모기향을 피워 선풍기 바람 앞에 두었더니 

그제사 사라지는 모기~ 

저 회오리 모양의 모기향도 추억이 있다.

우리 어렸을 적에는 다 저거 썼었다.

방충망이라고는 없었던 창호지 문에

창호지를 어느 만큼 오려내고 모기장 같은 천에 풀을 칠해 붙인

허술하기 짝이 없던 그 여름집에는

모기가 정말 많았었다.

마당에 아무리 모깃불을 놓아도 방안으로

숨어드는 모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회오리 모기향을 머리맏에 피워 

놓고 잠이 들곤 했었는데

깊숙이 잠이 든 나를 언니가 울먹이며 흔들어 깨웠다.

불 불 불... 아마 그랬던 것 같다.

모기향 불이 이불에 붙어 마약 불꽃피 피오 오르고 있었다.

나는 잠결에 대접에 있던 물을 화악 뿌려 버리고

다시 잠에 빠져 들었던 기억..ㅎ..

언니는 놀라서 아무것도 못하고 나를 흔들어 깨웠는데

나는 잠결이라 놀랄 겨를도 뭐도 없이 물을 뿌려 버렸다는..

울 언니는 기억할까? 

난 어린 시절 기억들이 참 많은데

언니는 그런 기억들이 많지 않더라고..

언니는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아니..

추억을 담는 머리보다는 공부를 담는 머리가 더 

좋았던 것 같아.

난 공부보다.. 그때부터도 이미 기억보다 아름다운

추억을 담고 싶어 하는 기질이 충분했던 것 같고..

좋다..

좋은 밤이다.

선풍기 바람 소리에.. 귀뚜리 소리까지...

이제 곧... 모기향 없이도.. 선풍기 없이도..

포치에 앉아서 일기도 쓰고 뜨개질도 할 수 있는 밤이 

오겠지.

그러다 가끔 밤하늘이 궁금해지면 밤하늘도 올려다 보고..

더 높이 보고 싶으면 마당도 서성이고....

가을은 그냥 벌써부터 내게는 설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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