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차를 즐겨 마신다.
제일 좋아하는 차는 캐모마일..
그다음에는 얼그레이도 마신다.
페퍼민트도 좋더라고..
색이 이뻐서 주문한 히비스커스 꽃차..
색이 너무 고아서 뜨거운 물을 부어 한참을 우려냈다.
너무 고아서.. 내 속을 마치 저 화려한 색으로 물들여 줄 것 같은
마음에 잔뜩 기대하고 한 모금 삼켰다가
켁! 하고.. 듣기 민망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이게 무슨.. 무슨 맛이야?
한 모금 다시 입에 머금어 보았지만 목으로 넘기기는 쉽지 않았다.
아....... 색만 곱구나...
그리고.... 너무 많이 너무 오래 우려냈구나...
한참을 찻잔에 담긴 찻물만 감상하다가 끝내 더 마시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 날 여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히비스커스 차 이야기를 했더니..
따듯한 물에 딱 3초면 돼요~ 하던.. 아.. 그렇구나.
딱 3초면 되는 걸 15분은 우려냈으니
꽃물만 우려낸 것이 아니고 히비스커스의 모든 매력이 우러나왔던
모양이다.
난 꽃물의 아름다움만 원했는데 너무 깊이 다가서려 했던 것..
사람도 그런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 느꼈고
나랑 제법 잘 맞을 거라는 호감에 가까워지고 싶었고...
오랜만에 친구가 생기겠구나 셀레였었는데
내가 아는 건 꽃물이었는데
그 매력들이 들여다 보이니 우와 너무 멀다 싶은 부담감....
난 캐모마일인데
그녀는 히비스커스인 듯 한.....
그냥 가볍게 가깝게 지내는 걸로 좋은 사람이라 생각이 들었다.
다만 히스스커스가... 나를 물들이려 하는 것은
어느 만큼은 부담스럽다.
나는 그냥 캐모마일인 채로 살고 싶다.
이제 와서 이 나이에 히비스커스 꽃물이 예쁘다고 매력적이라고
거기에 물들으려 애쓰며 살고 싶지는 않은..
아니 그런 에너지를 내기에는 나는 안팍으로 심각한 저체중이다. ㅎ..
저체중..
여기에 왜 이 단어가 생각났는지 모르지만 그렇다.
아침에 열심히 닦아놓은 중문 유리에
빛이 드니 얼룩이 장난 아닌게 보인다.
닦은 건지 얼룩을 만들어낸 건지 알 수가 없다.
다시 닦아야지... 없는 듯 맑고 또 맑게 유리창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노하우는 뭐가 있을까?
빛이 찾아 준 얼룩을 지금 볼 수 있어 다행인가?
열심히 좋아지기를 바라며 뭔가를 했는데
그것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버린 상황
딱 그 상황같다.
얼룩이 군데군데 보여 닦았는데 전체가 얼룩인 것은..
참 난감하고 당황스럽다.
구름사이로 쏟아지는 빛이 더 아름답고 따듯해 보이는 건
부드러움 또는 부담스럽지 않은 때문 아닌가 싶다.
하늘이 올려다 보이는 거실 소파에 앉아
할 일 없이 올려다본다.
지붕과 지붕사이
우뚝 선 전봇대와 그를 중심으로 뻗어 나간 전깃줄..
휑하니 늙은 제 몸을 온전히 들어낸 오래된 담장
이 계절은 삶의 민낯 같다.
예쁘고 화려한 꽃도 웅장하고 건강한 나뭇잎도
밟히고 짓이겨져도 살아나는 풀들도 없는
세상의 민낯
가릴 것이 없는
꾸밀 것도 없고 자랑할 것도 없는 삶의 본모습
그래서 이 계절은 그냥 애틋하다.
아무리 껴 입고
아무리 따듯한 차를 하루종일 곁에 두고 살아도 계절이 주는
헛헛함이나 감당하기 힘든 시림은 어쩔 수 없는 것처럼
사람은 본디 그렇게도 외롭고 또 외로운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노래가 가만가만 흐른다.
너무나도 가사가 또박또박 들리는 이 노래..
이 가수가 좋은 이유는 지나친 자기감정을 더하지 않고 담담하게 불러
빈 공간에 내가 빠져들어 버리는 이유 아닐까 싶다.
오늘 이 시간..
작은 아이는 어딘가로 또 면접을 보러 간다 한다.
잘 되었으면...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은 있다.
늘 끊임없이 노력하는 아이이고 그걸 이루어 내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만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아이가 향하고 있는 이 길에
끝은 기쁨의 미소가 있었으면 좋겠다.
과하게 웃지도 않고 과하게 화 낼 줄도 잘 모르고
과하게 감정을 들어내지도 못하는 아이가 그렇게도 원하는 일이니
잘 되길 간절히 바란다.
면접관들이 내 아이의 진정성과 참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면
그냥 놓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
내 아이의 기질이나 인성이나 능력을 제대로 볼 줄 아는
면접관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렇지 못한 면접관을 만난다며는
그건 분명히 그 회사의 손해일 거라는 걸
또박또박 또박 이야기해 주고 싶다.
내가 초능력이 있어 그분들 중 누구 하나의 마음에
속삭일 수 있다면 말이다.
하늘이 흐리다.
아주 흐린 것은 아니다
이불솜을 펼쳐 놓은 듯 명암을 달리 한 구름들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고 있다.
그 사이 햇살이 비스듬하니 쏟아지기도
구름에 가리기도 한다.
구름에 가려 있다고 태양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
태양은 늘 거기 있고
오늘은 잠시 흐릴 뿐인 것이고..
이 흐림도 오늘 하루에는 분명 필요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주절주절..
주절 거리고 있는 이유는..
그냥..
거실 창 밖으로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고 있어서..
내 인생도 멀리서 보면 저렇게 구름처럼 하릴없이 또는
누구도 모르겠지만 뭔가 필요해서 그 모습 그 모양대로 흘러가고 있을
거라는 그냥 헛헛한 생각과
작은 아이의 괜찮은 오늘을 응원하고 싶음 때문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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