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 전날이다.
뭐 별거 없다. ㅎ
이 나이에 새삼스럽게 크리스마스가 무슨 특별한
날이겠는가.
특별한 날은 오히려 어제이고 아무 일 없는 오늘일 뿐..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고
정말이지 그림이라고는 1도 소질 없는 내가
물감을 가지고 노는 시기는 딱 이 때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 때였던 것 같다.
메세지를 적어 넣어
우표 붙혀 우체통으로 향하던 길이 그렇게도 즐겁고 설레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눈이 오면 좋고.. 맛난 것 아니 혹시 아들이 치킨 한마리라도 튀겨 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싶은 날..
하긴 한창 청춘 아들이 치킨 사 들고 오길 바라는 게 더
어불성설이지. 뭐. 그렇다.
아들이 낮에 잠깐 왔다 갔다.
트리 만들어 보라고 가져왔는데
편백에 구상나무 그리고 장식품에 줄전구가 들어 있는 걸 들고 왔다.
처음에 뭣 모르고 통째로 꽂아 오아시스에 구멍이 뻥 뚫렸지만
다시 꺾꽂이하듯 꽂아서 꼬마전구에 등을 밝히니 예쁘다.
확실히 어둔 밤에 반짝이는 불빛은 뭐라 형용할 수 없이 예뻐.
어두운 거실 쇼파에 무릎 감싸고 앉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특별한 날이어서가 아니다.
특별한 뭔가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이렇게 차가운 계절에 반짝 반짝이는 줄전구는
그냥.. 좋은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의 로망이 현실에서 반짝이는 듯한..
애들 어렸을 적에
트리가 정말이지 만들고 싶었다.
꼬마전구에 불도 밝히고 싶었다.
어쩌다 빵집하는 이모네서 오래된 트리를 하나 얻어 왔는데
설치해 놓을 곳이 없었다.
겨우 겨우 만들어서 아이들 방에 두고.
거실에서 생활하다시피하는 애들 할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시는 소리 들리면 잠깐
등을 밝혔다가
후다닥 끄고는 했었다.
그러다 그것마저도 시들해졌다.
애들도 그다지 좋아라 하지 않는 것 같았고.
전기세 타령 하시는 어른들의 성화가 귓가에
매미처럼 쟁쟁 거렸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지금은 현관 밖에도..
거실에도..
그리고 이렇게 아들이 가져다줘서 또. 예쁘게 밝히고 있다.
우리 집엔 겨울이 제일 예쁘다.
스산함이 싫어서도 있지만
한 풀이하듯 그렇게 살고 있다.
즐거운 날이다.
이웃 여인들이 와서 차 마시고 담소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
옆옆동네 두 여인가 생강차 마시러 와 주어서 또 좋았다.
이렇게 평범하기 그지없는 내 일상이 나는 너무 고맙고 좋다.
이런 일상들이 내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좋은 크리스마스 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