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눈이 내렸다.
이미 젖어있는 바닥에 쌓이지는 못했지만
하얀 나비 같은 눈이 비와 함께 내렸다.
눈이 내리면 그냥 마음이 설렌다.
눈이 내리는 하늘을 고개를 꺾어 올려다본다.
어지럽게 먼지처럼 쏟아져 내리는 눈들 사이에서
제법 크다 싶은 눈송이를 잡아 보겠다가 손을 내 저어 보지만
눈은 쉽게 잡히지 않는다.
머리 위로 사푼히 내려앉는 눈도
손을 내밀어 잡으려 하면 저만치 비켜 날아간다....
눈이 내려서
걷고 싶어서
멍뭉이랑 골목에 나섰는데
빗방울 몇 개 맞아서인지
젖은 바닥이 싫어서인지 대문 밖만 서성이다가
마당으로 내 달음 치는 멍뭉이..
그래
넌 맨발이지. 난 운동화라도 신었지만~
내가 좋다고 너도 좋은 건 아닌 거지
차 한잔 만들어 현관 앞 벤치에 앉아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일은
그냥 뭔가 좋다.
큰아이 전화가 왔다.
엄마 눈이 미쳤어! 하고..
엄마가 눈 좋아하는 줄 알고 엄마한테 전화해 주는 아들..
고맙다.
올 해는 쌓이지 못하는 눈이 가끔 내린다.
문득 드는 생각..
앞집 애엄마가 의자 위에 뜨개 방석을 보고
방석이 화려하니까 나름 예쁘다고 하는데..
그때는 저 실 색이 다양하지가 않았어. 지금은 다양한데... 했다.
돌아가면서
현관문이 하얀색이라 예뻐요.. 하는데
먼지도 잘 타~ 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왜 그리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까.. 나는.. 싶은 거다.
그럴 이유가 없는데..
잘난 척 아니
겸손도 지나치면 비굴 아니 비굴까지는 아니어도 부정적이니 사람이
되어 버릴 수 있다는 걸..
긍정에서 긍정의 힘이 나온다고 하는데..
말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다.
자만은 안되지만 긍정을 필요하니까.....
엄마 목소리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통화를 하는데..
오늘은 머리가 아프셔서 마을회관에 나가지 않으셨다한다.
감기기운이야? 하고 물으니 그러시다고 하신다.
그래 따듯하게 하고 푹 쉬시라 하고 통화를 끝냈는데
뭐 다른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신가... 하는 생각이
느지막이 들었다.
다시 전화할까... 하다가....
내일이나 통화해 봐야지 했다.
엄마든 자식이든 남편이든..
어찌 보면 남들만큼도 알기 힘들 때도 있다.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잘 감추기도 할 거라는 거..
사람은 얼마큼이나 투명할까?
자기 자신에게라도 얼만큼이나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
싶다.
투명하지 않아서 다행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너무 투명하면
정말이지 피곤할 것 같기도 하다.
어느 만큼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게 좋은 것처럼
알다가도 모를
먼지 낀 거울에 비친 모습들이 더 다행일 때도 많다 싶다.
그냥 조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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