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너무 추워서
미루어 왔던 멍뭉이 털을 벗겼다.
산책 나가고 싶어 해서 동네 한 바퀴 돌고 왔는데
이건 도저히 씻기는 걸로는 해결책이 아니다 싶었다.
내일도 모레도 젖을 것 같은데
이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안 되지 싶은 마음에 서둘렀다.
오랜만에 하는 미용이어서 그러기도 하겠지만
골방이 많이 추우니 멍뭉이가 더 예민해졌다.
미용이 쉽지 않음을 느낀다.
바리캉이 나이 먹듯이 나도 나이 들어가고
내 체력도 저질이라 그런 모양이다
방이 추우니 난로 앞에서 하느라 바닥에 앉아있는 멍뭉이
털을 벗기느라 쪼그리고 앉아 엉거주춤 있었더니
허리도 아프고.. 쉽지 않다.
멍뭉이는 춥다고 으르릉
빨리 하라고 으르렁..
발은 건드리지 말라고 으르르르릉..
발톱 깎기 싫다고 으르르르르르르르릉 꽉
아아~ 엄지손가락 손톱 옆에서 피가 난다.
멍뭉이 발톱에서도 피가 난다.
내가 먼저인지
멍뭉이가 먼저인지 서로에게 피를 냈다.
내 피인지 멍뭉이 피인지
몇 방울 떨어졌다.
미안해.. 미안 미안해...
피를 닦아주고..
엄마도 아야! 했더니
피 묻은 손가락을 핥아준다.
그래... 너도 고의가 아니었지만
나도 미안해..
발톱은 정말 조심한다고 하는데
내 탓이기는 하지만 네가 예민하니 내가 더 긴장해
그래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
멍뭉이가 발톱 자르는 걸 싫어하는 건 내 탓인 것이다.
씻겨놓고 옷 입혀 놓으니 그다지 많이 춥거나 그러지는
않은 모양이다.
간식 얻어먹고...
난 멍뭉이 털 정리하고 있는데
남편한테 가서는 짓고 또 짓고 또 짓고....
아이고 알았다 알았어! 하며 남편이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여니
후다다다닥 뛰어가 좋다 한다.
ㅎ
이 녀석의 머릿속에는 간식을 얻어먹는 방법이 몇 가지 내
들어 있을지 문득 궁금하다.
나는 지금
이유를 알 수 없는 두통에 얼굴이 찌그러지고 있다.
일찌감치 잠이나 자야 할 모양이다....
차 쓰잘 데 하나 없는 하나도 반기지 않는 두통은
왜 자꾸 찾아드는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