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동안 내가 제법 괜찮은 사람인줄 알았다.
시집살이 오래 해서 음식도 살림도 제법 하는 줄 알았고,
부모에게 아니 적어도 엄마에게는 잘하고 사는줄 알았고..
아이들에게는 제법 괜찮은 엄마
남편에게는 또 이만하면 괜찮은 마누라 아닌가..
하며 살았다.
음식, 살림으로 감히 누구 앞에 명함 내밀수 있는 처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난 겁없이 가까운 내 가족들에게 마음 상할수 있는 일들을
자행해 왔음을 깨달았다.
동서들이 은근 살림솜씨를 뽐내며 날 가르치려 들려 할때..
울엄마 고관절 파열되서 그 길고 긴밤 홀로 아파하면서도
젤루 가까운 나한테도 전화 못하신거 알고 난 제법 괜찮은 딸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닥 심각하지도 않은 아이들 문제 앞에서 나는 내 의견만 앞세우고
아이들을 닥달하는 모습을 발견하면서 제법 괜찮은 엄마 노릇하기가
쉽지 않은거라는것도 알았다.
내남편에게...두말하면 잔소리겠지.
피곤하면 밥상도 대충~ 청소도 대충~ 대충대충 마눌 데리고 사느라
울집 남자 요즘 젓가락 델곳 없어 하는거 보면서
나...괜찮은 마눌 아닌가봐.......인정했따.
별것도 아닌것이..
나도 모르게 잘난척 하고 오만하게 굴었던 생각을 하면
얼굴이 붉어지고 미안해진다..
내 모자람에 상처 받았을 사람들에게..
괜찮은 사람은..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것이 아니라
남이 인정해줘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괜찮은 사람이라는거..
말이 쉽지 참 어려워.
그래도 노력할꺼니까..
내 앞에 세월이 있는 한
늘 노력하며 살꺼니까 오늘보다 내일이 낫고
내년보다 십년후가 나은 내가 될까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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