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등교시간에 거울앞에 서 있던 작은넘에게 한마디 던졌다.
'아빠 아까 나가셨거든~ 뭐하냐 빨리 안나가고..'
'예이 예...지금 나갑니다요. 근데 엄마..나 방학하기 전에 매직파마 한번
더 하면 안될까?'
'뭔 파마를 또해?'
'아니..고등학교 가기전에 한번만 딱 더하면 좋을것 같아서..'
'아빠 차 시동 걸어놓고 기다리고 있거든. 연합고사 끝나고 이야기 하자.'
'엄마...한번만 더 해주라~' 하면서 나갔다.
저녁때 집에와서 학원가려고 갈아입은 바지가 청바지다.
어제도 그제도 청바지였다.
'왜 청바지만 입어? 겨울바지 몇개 더 있잖어.'
'없어. 엄마. 청바지 하나야.'
'무슨 청바지 하나야. 작년에 면바지 기모 들을걸루도 하나 샀고
골덴바지도 있잖어.'
'에이 맘에 안들어. 엄마 나 바지 하나만 사주면 안될까?"
'바지가 이렇게나 많은데 무슨 바지여. 니가 패션쇼 할 일 있냐?
청바지 추우니까 두툼한거 입고 가' 했더니
'싫어. 맘에 안들어. 엄마 옥션에서 바지 싼걸로 한두개만 사주라..' 한다.
'옥션은 무슨. 입어보지도 못하고 사서 맘에 안들면 어쩌고..'
'입을께. 내가 골라서 사는데 왜 안입어 입을께 사주라...'
막둥이만의 어리광과 막무가내식의 투정으로 나를 흔든다.
누구 닮아서 저넘이 저럴까?
머리카락은 중3이라는 넘이 매직해서 바람에 흩날리는거 보면
눈은 보이지도 않고, 모가지를 덮은 머리카락은 가지런히 모아 묶으면
참새꽁지만큼은 묶을것처럼 그런다.
교복 윗도리는 배꼽나오게 줄여놓고,
바지는 입었다 벗을때마다 지 속 다아 보여주고 싶다는 듯
감추는거 하나도 없다는듯 홀라당 뒤집어 속내를 보여주고.....
그래도 그것이 맘에 드는지 교복바지 두개중에 꼭 줄인 바지를 일주일 내내
입고 다닌다.
청바지도 작년에 살때는 암소리 않고 지 맘에 드는걸로 샀는데
어느새 맘이 바꼈는지 지 패션 스타일이 달라졌는지
세탁소 가지겨 바지통을 화악 줄여왔다.
그리고는 그 바지만 맘에 든다고 가을 겨울 내내 그 바지만 고수한다.
못말려...
난..옷타령 안하고 살았던것 같은데..
하긴 옷타령 할 형편도 못됬다. 언니 옷 지대로 된것 물려 입는것 만으로도
행운이라 생각했으니까...
지 형은 춥다고 바지 속에 쫄바지도 가끔 입고 다니는데
요넘은 체구도 더 작고, 더 약하고 더 감기도 잘 걸리는 넘이
아무리 추워도 쫄바지는 커녕 장갑도 안끼고 다닌다.
그러면서 손시려 발시려는 달고 산다..
열여섯 내 아들넘의 세상에서 공부 다음으로 중요한것은
옷이고, 머리스타일이고....얼굴에 여드름인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