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밝은빛이 쏟아지기 전부터 이미 세상은 온통
하얀색이였다.
다른 아침보다 조금 일찍 아이들을 깨웠다.
'아들~ 일어나. 눈 엄청 왔어.'
'아이..눈 많이 쌓였어?'
'어. 엄청 쌓였어. 발목도 더 빠지는데..'
그렇게 두 아이를 깨워 아침을 먹이고 등교를 서두르라 했다.
날 좋은 아침도 아니고..
길 좋은 날도 아니고...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눈 덮인 도로를
아들넘은 2`30여분 넘게 걸어나가야 할것 같았기 때문이다.
'눈 많이 왔지..'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어...엄청 왔어.'
'아이들 못 데려다 주지..'
'어. 제설작업은 했는데 염화칼슘을 안뿌려서 꽁꽁 얼어 붙어서 완전 빙판이야..'
이미 도로변까지 걸어 나갔다 온 남편 목소리엔 흔들림이나 조금의
빈틈도 없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큰넘 발 푹푹 빠질텐데..'
'..................'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스쿨버스 오는데까지 데려다 줬으면..하는 마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말하지 않았다.
물론 나보다 아들넘들이 더 귀찮고 춥고 꺽정스러웠겠지만
두말 하지 않고 걸어갔다.
다행인건..
바람도 없고 날이 그닥 많이 춥지 않다는 거....
날이면 날마다 차로 5분에서6분이면 충분히 가는 거리를
하얗게 눈 쌓인날 걸어갈 생각을 하면 얼마나 귀찮은 마음이 들었을까
싶었지만..
어쩔수 없는 일인 것이다.
우리집 남자....
나...
차가 두대나 마당에 있지만 폭설 앞에서는 장난감 자동차만도 못한것이 되고 마는것이다.
우리집 남자...
눈길 운전..
아주아주 싫어한다.
몇년전...눈길에서 차가 저수지쪽으로 굴러 들어가는 바람에..
아찔한 일이 있었다.
다행이 나무에 차가 걸려 말 그대로 하나님이 보호하사
별일 없이 마무리 되기는 햇지만 그 후유증으로 우리집 남자
눈길운전은 아주 많이 피하고 싶어하는듯 하다.
물론..그렇다고 내가 운전하고 나가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폭설이 쏟아지고 나면 아이들이 고생이다.
밤이고....낮이고..
남편이 그러는거 알면서도 은근 기대하고 바라는 내가..참...
그럼에도 눈이 좋다고
눈 눈 눈..하는 철없는 마눌을 그대로 봐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오늘은 몇십년만에 내린 폭설이였다는 눈 앞에
새벽부터 아이들이 바빴지만......
난...가만히 눈에 대한 감탄사를 감추고...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만으로 포장하느라 애 먹었다...
ㅎ...
나....
참 우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