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1

모래성 쌓기 놀이

그냥. . 2011. 7. 1. 21:53

우리집 남자는 모래성 쌓기 놀이를 참 좋아한다.

말그대로 모래성쌓기다.

이번 바쁜 일  좀 지나가면

'일 나가는 시간에 일어나서 운동 좀 열심히 해야겠어.'

'그래. 당신은 특히 운동 해야 해. 근력을 키워야 하잖아

이런 저런 이유들로~'

'알았어. 걱정 마. 운동도 해서 살도 좀 빼고~ 허리도 튼튼하게

할테니까.'

'그래. 열심히 해봐~'

 

'나 7월 1일부터 한달은 술 안먹어야겠어'

요즘 조금만 과음해도 힘들어하는 우리집 남자의 모래성이다.

'7월에 가능하겠어? 이모임 저모임에서 행사도 많고,

술자리도 많을텐데?'

'나 안먹는다면 안 먹잖어. 안먹을꺼야.'

'그래. 안 마시면 건강에도 좋고 뭐 좋지~'

 

우리집 남자가 즐겨 쌓는 모래성이다.

누가 쌓으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열심히 모래성을 만든다.

운동해서 살뺀다. 등산가자~

술 안마신다~ 등등등...

운동해라는~ 내 잔소리 1번이고~

술 좀 적당히 마셔라는~ 내 걱정 1번이다.

우리집 남자도 그걸 아는것이다.

그러니...

심심찮게 다짐을 하는거겠지.

다짐할때 그 마음은 분명 거짓이 아닐것이다.

열심히 해야지~

좀 줄여야지 내지는 한달정도는 끊어봐야지~ 싶은 마음이라는 거

나도 안다.

그러나 주의 사람들이 우리집 남자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우리집 남자는 바닷가 백사장에 모래성이고~

주의 남자들은 파도다.

 

나도 참 그렇다.

파도가 달려들면 어쩌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래성이라는 거

잘 알면서

늘 부서지는 모래성이 마음 상하고 토라지고 툴툴거린다는 사실이다.

열 여덟해를 그렇게 모래성 쌓기를 지켜보며 살았으면서

이번에는 철옹성이겠지~

진흙으로 다지고 다진 성은 되겠지

거짓말처럼 믿거라 하고는

무너지는 모래성을 보고 열을 내고 화를 내는 걸 보면~

모래성 놀이에 매료 되어 있는건 어쩌면 우리집 남자보다

나 아닌가..싶다.

 

그래도 다행인건

우리집 남자의 모래성은

자잘자잘한 일상의 습관들에 관한 것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지나간날들 > 20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씨 탓이라 우기고 싶다.  (0) 2011.07.02
네비게이션 업그레이드  (0) 2011.07.02
세상사는 이야기..  (0) 2011.07.01
안개비가 내린다.  (0) 2011.07.01
6월 마지막날이라네  (0) 2011.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