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남자는 모래성 쌓기 놀이를 참 좋아한다.
말그대로 모래성쌓기다.
이번 바쁜 일 좀 지나가면
'일 나가는 시간에 일어나서 운동 좀 열심히 해야겠어.'
'그래. 당신은 특히 운동 해야 해. 근력을 키워야 하잖아
이런 저런 이유들로~'
'알았어. 걱정 마. 운동도 해서 살도 좀 빼고~ 허리도 튼튼하게
할테니까.'
'그래. 열심히 해봐~'
'나 7월 1일부터 한달은 술 안먹어야겠어'
요즘 조금만 과음해도 힘들어하는 우리집 남자의 모래성이다.
'7월에 가능하겠어? 이모임 저모임에서 행사도 많고,
술자리도 많을텐데?'
'나 안먹는다면 안 먹잖어. 안먹을꺼야.'
'그래. 안 마시면 건강에도 좋고 뭐 좋지~'
우리집 남자가 즐겨 쌓는 모래성이다.
누가 쌓으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열심히 모래성을 만든다.
운동해서 살뺀다. 등산가자~
술 안마신다~ 등등등...
운동해라는~ 내 잔소리 1번이고~
술 좀 적당히 마셔라는~ 내 걱정 1번이다.
우리집 남자도 그걸 아는것이다.
그러니...
심심찮게 다짐을 하는거겠지.
다짐할때 그 마음은 분명 거짓이 아닐것이다.
열심히 해야지~
좀 줄여야지 내지는 한달정도는 끊어봐야지~ 싶은 마음이라는 거
나도 안다.
그러나 주의 사람들이 우리집 남자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우리집 남자는 바닷가 백사장에 모래성이고~
주의 남자들은 파도다.
나도 참 그렇다.
파도가 달려들면 어쩌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래성이라는 거
잘 알면서
늘 부서지는 모래성이 마음 상하고 토라지고 툴툴거린다는 사실이다.
열 여덟해를 그렇게 모래성 쌓기를 지켜보며 살았으면서
이번에는 철옹성이겠지~
진흙으로 다지고 다진 성은 되겠지
거짓말처럼 믿거라 하고는
무너지는 모래성을 보고 열을 내고 화를 내는 걸 보면~
모래성 놀이에 매료 되어 있는건 어쩌면 우리집 남자보다
나 아닌가..싶다.
그래도 다행인건
우리집 남자의 모래성은
자잘자잘한 일상의 습관들에 관한 것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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