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4

식탁 앞

그냥. . 2014. 8. 29. 23:31

식탁 앞

밥을 먹는데

어머니가 한말씀 하셨다.

사람을 아주 우습게 만드는

아주아주 형편없게 만드는 한말씀을 아무것도

아닌듯  너무도 편안한 어조로 던지셨다.

목에 넘긴 한숟가락이 밥이 턱 걸린다.

물로 밀어 넣었다.

반쯤 남은 밥이 입속으로 어찌 들어갔는지 모른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꺼억...꺼억......

몸이 반응을 한다. 나......지금 스트레스 먹었어요. 하고..

휴우...

울엄니는 암것도 모르시는데..

울엄니는 정말 너무나 자연스럽게 던진 한마디에

내가 스트레스를 먹는지

밥이 막혔는지도 모르시는데..

부글부글 꺼어억....

그러고 이틀쯤 지났다...

우리집 남자..

어머니한테 스트레스 받지 마.

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냐...한다.

암것도 모르던 우리집 남자가..

내가 밥에 목에 걸려 물로 넘긴 것을...

몸이 반응을 해서 소화를 힘겨워 하는 것을

알았나부다....

고맙기도 미안키도...

20년 사니 이제 마눌 모습이 좀 보이는지 어쩌는지...

그나저나..

내 예민한 소화기능을 어찌해야할지 나도 참

난감하다.

 

오늘은...

남편이랑......아는 언니네랑

맛난 장어 먹고 왔다.

평소에 말씀이 없으신 분이

술한잔에 시간 가는 줄 모르시는 그분이....

남편을 왜 좋아하는지 알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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