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0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그냥. . 2020. 7. 12. 18:14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온 세상을 적시고 그 소리가

마음을 적신다.

비가 내린다. 주룩주룩 소리를 내며 즐겁게도 내린다.

비 내리는 창밖을 물끄러미 별생각 없으면서 별생각 있는 듯이 바라보는 나를

저 소리 땜에 산책 못 나간다는 걸 눈치챈 국수는 제법 우울해 보인다.

우울해하지 말라고, 뼈 간식을 하나 물려주었는데 냉동실에서 나와서 그런지 

지 침대인지 내 침대인지 헛갈리는 침대 한 가운데에 모셔두고 잔뜩 웅크린 채

미동이 없다.

털 깎지 말껄...

이번 비 지나가고 난 다음에 미용할걸..

지난 며칠 너무 더워하길래 짧게 밀어버렸더니 스산함에 약한 우리 국수

이 비 오는 날의 습기 묻은 공기가 춥다고 느껴지는 모양이다. 나처럼..

아직도 이 나이에도 비가 내리면 커피가 생각나고, 뭐 하나 적어 보고 싶고,

생각 없이 목적지 없이 하염없이 걸어도 보고 싶고, 맑은 날에도 조심스러운

운전대를 잡아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다.

내 삶의 나이테가 켜켜이 쌓여 반백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는 아직 내 인생의 발걸음을 따라오지 못한 모양이다.

아니 따라오고 싶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요즘 날씨 탓인가.

나이 탓인가...

삶이 헛헛하게 느껴지는 날들이 있다.

한여름 푸르름은 눈이 부시고 태양은 이글 거리는데...

그 밝음 뒤편의 짙은 그늘이 아쉬운 걸까 두려운 걸까...

빗소리가 더 켜졌다.

저녁 준비해야 하는데 오늘은 그냥 훌쩍 뛰어넘었으면 좋겠다.

뜨끈한 라면 국물에 밥이나 말아먹으면 좋겠다.

 

 

 

 

 

비가 많이 내린다.

빗소리에 이명이 묻혔다.

흐흐흐...

이래서 비가 좋은가.....

비는 그냥 좋지만 

생각 없이 어제 빨아 널은 큰아이 방의 이불이 습기를 뽕뽕 빨아들이고 있다.

엊저녁 쫌 아쉬울 때 그냥 들여놓을 걸...

뽐뽐 습기 먹어라~

나는 선풍기로 안 되면 제습기 돌려 뿜 뿜 날려 버릴 테니....

비와 커피는...

비와 나는...

비와 그리고... 이렇게 별 의미 없는 단어들을 늘어놓는 일은....

참..... 웃기고들 있는 거 같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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