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비교하고 또 보고 또또 보고 반 결정한
아들 넘이 살 곳은 나름 괜찮았다.
추위를 많이 타는 아들에게는 딱 좋게끔 따듯한 온기가 느껴졌고,
건물도, 방도 깨끗하고, 사장님도 인상이 참 좋으셨다.
짧으면 한달, 길면 한 달 반
어쩌면 더 길게 머무르게 될지도 모르는 거기 그곳은
몇 년전 큰아이 원룸에 비하면 반도 안 되는 면적에 월세는 두배 이상 비싸지만
어쩌겠는가 하는 수 없지
아래층에 편의점도 있고, 몇발짝 내려오면 약국도 있고, 그럼 병원도 있겠지.
그리고 도로 건너 마트도 있고,
학교는 걸어 5분 거리...
아들이 많이 사용하게 될 학교 건물하고의 거리는 정확히 얼마가 될지
잘 모르겠지만..
그닥 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번화가가 아닌 주택가여서 조용하고, 도로 하나만 건너 조금만 걸으면
먹자골목에 번화가다.
내 나름 아들의 편의성과 성향을 생각해서 골랐고, 아들과 상의해서 결정했는데
나름 만족한다.
다만 신청해 놓은 기숙사가 된다면..기숙사와 지금 머무는 곳과의 거리가 좀 있어서
짐 옮길 일이 그건 좀 걸린다.
근데 그 기숙사 있는 쪽으로는 머물만한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대충 짐 풀어주고, 옷 정리해주고 간단하게 점심 먹고
내려왔다.
한달 생활비가 얼마나 들지 용돈은 또 얼마큼 줘야 할지 아직은 감을 잡을 수가 없지만
한 달쯤 살아 보면 답은 나오겠지.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곳으로 입성했으니 열심히만 살면 될 일이다.
남편이랑 둘이 내려오는 고속도로에서
제법 길어진 석양이라고도 말하기 뭐한 다섯 시 이전은 햇살이 그려내는 무지갯빛 구름을
한참이나 봤다
느낌이 좋아
저렇게 아름답고 찬란하게 그리고 탄탄하게 아들의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
안정적이고 매끄럽기를 기원하며 그럴 거라는 좋은 예감이 든다.
햇살 좋은 겨울 날 늦은 오후 무지개라니... 이보다 더 기분 좋은 출발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쯤 잘까?
피곤해서 자겠지 푸욱 자고 내일부터 안정적으로 무난하게 자알 살아갈 거라 믿는다.
내게 남은 모든 좋은 기운은 내 두 아이들에게 모두 나눠주고 싶은 맘이다.
피곤한데 등이 바스러질 것 처럼 아픈데 정신은 말똥이다.
나도 모르게 내 몸이 작은 아이와의 거리를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