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농산물 시장에 가고 있는데
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늘 바쁘지 않느냐고 통화가 가능한지의 상황을 묻는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내가 바쁘면 얼마나 바쁘게 살 것이며 또 그렇게 바쁘다면
전화를 안 받았을 것이고, 좀 바쁘다 해도 언니랑 통화 못할 정도로
바쁘게 살지도 않는다.
이런 저런 안부를 묻다가..
작은딸이 그러니까 작은 조카가 세탁기를 사준다고 했다며
세탁기 보고 왔고, 또 인터넷으로 보고 있는데 너무 기분이 좋단다.
목소리에 기분 좋은 게 느끼 진다.
그래 좋은 거 사지 그러냐 했더니 드럼으로다가 매장에서 알아보고
인터넷에서 알아봤는데 어쩌고 저쩌고 언니는 벌써 세탁기를 집 안에
들여놓은 양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언니가 좋아하니 나도 좋았다.
세탁기 들여놓을 자리가 너무 우중충해서
어제는 페인트 사다가 칠했다고. 칠해 놨을 때는 별로 맘에 안 들었었는데
마르고 나니 봐 줄만 하다고~
세탁기 위에 건조기도 올릴 거라고 하며 좋아한다.
언니도 건조기 써? 했더니
쓰지 한 1년 됐어. 한다. 너무 편하다고 빨래에 매달리는 시간의 절반은 줄었다며..
너무 좋다고 그런다.
또 큰 조카 이야기를 하면서..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한 1년을 쉬었다고..
언제도 큰아이가 쉬는 줄 몰랐다.
걱정할까 봐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흐미...
그랬구나. 쉬는 동안 자격증 따서 다른 곳에 취직했는데
큰딸 친구가 공무원 시험에 됐다면서 늘 같이 어울리던
고만고만한 실력의 친구라며
조카 1년 쉬는 동안 공무원 시험 한번
봐 보라고 못한 것을 그렇게나 아쉬워했다.
그래서 또 공무원 공부시키게? 했더니
한다고만 하면.. 하길래
그만두라고 절대 그런 생각도 하지 말라고 말렸다.
애들 대학 시험도 몇 번씩 보게 했으면서 그걸 또 하고 싶으냐고
언니 나이 많다고, 돈 벌 수 있는 날 많지 않고 혹시 여유 생기면
누구누구에 쓰지 말고 언니 그렇게 하고 싶은 리모델링이나 하라고
할 만큼 해 놓고 뭘 또 얼마나 하려고 그러냐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울 언니는..
언니는
아마도 조카딸이 해볼까? 하고 공무원 시험에 도전한다고 하면
주머니 뒤집어 탈탈 털어 또다시 뒷바라지할 모양이다.
하................
답답타. 그렇게 살지 말았으면...
울 언니에게 하는 말이고 나에도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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