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열 시가 삼십오 분이나 지나가고 있다.
밥 먹고, 청소하고 멍뭉이 씻겨 드리이어로 말려주고
빨래 정리하고 세탁기 일 시키고 씻고 들어오니 이 시간
뭐 특별히 맛난 것을 해 먹은 것도 아닌데
오늘 밤 따라 시간이 자전거라도 탄 듯 씽 하고 지나가 버린 거 같다.
멍뭉이 씻기고 말리는 시간이 제법 걸린다.
길어진 털 덕분이지
씻겨 놓으면 얼마나 뽀송뽀송하고 부드러운지
자꾸 안고 싶고 만지고 싶어진다.
인형 같아. 뽀송뽀송한 난로 인형.
씻느라 피곤했는지 아님 하루 종일 혼자 있어 피곤했는지
그것도 아님 씻고 나니 늘어진 건지
아........... 아니다 이 시간이면 언제나 저렇게 늘어져 자는 게 저 아이의
생체리듬이지.
그나 저나 나는 오늘 저녁 잘 잘 수 있을까?
갱년기인가?
아님 바뀐 커피 탓인지 잠을 설치는 날들이 종종 있다.
그래서 커피 양도 조절하고, 오후로 들어서면 카페인은 멀리하고 있는 데다
아홉 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라테 한 잔 먹고 싶어 디카페인으로 만들어 먹는다는 것이
카페인 커피로 만들어 버린 거다.
버려! 하는 큰 넘의 말에~ 이 아까운 걸~ 하며 맛나다 맛나다
역시 커피는 라테가 부드러워하며 맛나게 마셨는데
그 이후의 밤은 나도 책임 못 진다.
뭐 맛나게 먹었으니 그걸로 좋다구나~ 그러면 정말 좋겠다.
내일도 일해야 하는데 잠은 자야 는데 싶기도 하고
어쩌면 진짜로 카페인이 문제가 아니라
그때그때 정신 상태나 그냥 잠이 오지 않았던 날들이 기를
은근히 밀어 본다.
그렇지 않아도 할 수 없고,
하룻밤 잠 설친다고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러라 그래...라는 오디오 북을 들었다.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는 거 같다.
오래간만에 맘으로 들은 에세이다.
듣는다는 것 책을 듣는 다는 것...
읽는다는 것 하고는 많이 다르다.
읽는 것
듣는 것..
읽을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더 집중하고,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음 좋겠지만
가볍게 듣고, 가볍게 위로받고 가볍게 미소 짓고..
그것도 나쁘지 않다.
듣는 책은
읽는 책하고는 좀 다르다.
듣는 책은 여러 사람과의 만남 같다면
읽는 책은 좋아하는 그 사람과의 만남 같은... 그런 다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일이다.
듣음으로써 장르 가리지 않고 시간 장소 구애받지 않고
다독? 다청이라고 해야 하나. 많이 들을 수 있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