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태우며 앉아 있다
그냥 집안에 있기 답답하고 조급증이 나서 멍뭉이 데리고 산책이나 가야지 했는데 영 졸린 눈으로 피곤해하길래 늦은 잠을 즐기고 있는 큰아이 품에 안겨주고
늦었다는 듯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다는 듯 허겁지겁 집을 나섰다 아니 벗어났다고 미화하는 게 나을까
동네 앞 비닐하우스가 있는 밭 옆에 차를 대고 잠깐 앉았다가 아직 차가운 아침 바람을 좀 어색하게 만났다
뭘 할까 비닐하우스 쪽으로 내려오는데 불자리에 모여있는 농사 쓰레기들이 보였다
박스 묶음 끈' 서리 맞은 마스크' 종이컵 신문 조각 간식으로 먹고 버려진 과자 봉지 버려진 장갑 잡다한 이런저런 테울 것들이 얼거나 서리 맞아 눅눅한 상태로 그렇게 있었다
몇 번이나 소각해야지 하면서도 그냥 뒀던 것은 눈에 들어 올 때마다 젖어서 혹은 얼어서 불이 잘 붙지 않으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 가방에서 라이터를 찾아들고 창고에서 박스 쪼가리를 가지고 나와 라이터의 숫돌을 돌렸다
이미 눅눅한 박스조각은 불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몇 번이고 불꽃을 내미니 맞이 못해 받아 주었다
그렇지만 그보다 훨씬 더 차갑게 굳어 있는 것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박스 조각의 열기는 너무 미약했고 허접했다
다시 더 큰 박스조각들을 가져다가 더 작게 조각 내에 공기와 조각들의 조화를 생각하며 밀어 넣고 불을 댕기니 서서히 불은 뻘겋게 달아올랐다
좋다 따듯하고 폰에서는 어제 듣다만 오디오 북이 흘러나왔다
그렇지만 그 따듯하고 밝고 포근한 불길은 젖은 수명을 다한 목 장갑들 때문에 하얀 연ㄱ만을 미련처럼 피워 올렸다
이대로 끝낼까
나는 고추가 심어져 있는 비늘 하우스 안으로 추위로 피해 자리를 옮겨 앉아 멍하니 하늘 높은 줄 모로고 넓은 줄만 아는 연기를 바라보았다
그 시이 하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얼굴색을 바꾸고 쌩하니 돌아앉아 있었다
아 하우스 환기 틈 괜히 열었나 봐 다시 닫아야 할까
집에 있거나 다른 일을 보고 있었으면 이미 열어놓은 환기 틈은 관심도 없을 일인데 옆에 멍하니 앉아있으니 그것도 고민거리가 되었다
폰에서 흘러나오는 성우의 목소리는 내가 집중을 하건 건성으로 듣건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 또박또박 책을 읽어 내렸고 조금만 힘을 보태면 살아날 것 같은 연기를 품어내고 있는 세줌 정도 되는 쓰레기들은 저러다 말면 더 지저분해 보일 텐데 싶었다
고추 고랑에 자발적으로 떨어지거나 나 손에 잘러나가 뒹구는 고추 잎사귀들이 버스럭거리게 뒤틀러 있었지만 눅눅했다
조금 덜 눅눅한 그들을 두 줌 가득 모아 연기 위에 타지 않으려 애쓰는 것들 아래 살포시 내려놓고 나는 다시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불멍 같은 연기 멍을 한참이나 했다
살아날 듯 살아날듯 그것이 전부인 것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정리되지 않은 재료 박스를 뒤져서 신문 몇장과 버려야 할 몇 몇 것들을 가져다가 신문에 불을 붙여 주었더니 이 한조각이 필요했다는 듯 활활이다
쪼그리 의자까지 가지고 나와 불 앞에 앉아 있으니 따듯하다 이런 게 불멍지 앉아 있다
그 사이 하늘은 몇 번이나 웃었다 찡그렸다 하더니 이제는 영 돌아 누운 듯하다
환기창 닫고 들어 가야지
어느새 점심시간이네
이제 진짜로 꺼질준비를 하는 태울 것이 더 없음을 아는 듯 한 연기만 피어오른다
힘들다 사는 것이
방법은 나도 알고 남편도 알고 모두들 아는데 아는데 아는데 못하고 있다 못할 짓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일어나자 환기창 닫고 나만 기다리고 있는 국수가 있는 집으로 가자 따듯해서 굳이 웅크리지 않아도 되는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