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에 열심을 내면 다른 일이 소홀해지고 마는 사람
바로 나다.
지난주 언제쯤 주문해서 집에 와 있던 실을 보고도 모른 척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미 멍뭉이 옷을 뜨고 있었는데
이런저런 일들로 뜨개질을 잡고 있을 시간이 별로 없었고,
실이 얇은 탓에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마무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제 그제는 고구마 말랭이 만든다고 저녁에 바빴고~
드디어 오늘 실을 꺼내 보았다.
실 자체적으로 배색이 되어 있는~
꽤 요란한 색상의 장갑이 될 것 같으다.
왜 이런 실을 선택했느냐면..
무늬를 넣고 뜨자니 장갑이라는 것이 넣을 수 있는 무늬의
한계가 있고,
배색을 하자니.. 그것도 손가락 부분이 걸리적거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실 자체에 배색이 되어 있는 실을 골랐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요란하다.
뭐 어때? 내 손에 요란인데~
실도 얇아서 나중에 다 뜨고 나면 착용감도 좋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그걸 잡고 있으니
다른 것들이 밀린다.
적어도 아홉 시 반이면 방안에 어둠을 불러들여야 한다는 생각에
다른 일들이 그 이후로 밀리고 실을 잡고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오늘은... 열 시 다 되는 시간까지 잡고 있다가
이제 일기 쓴다고 컴 앞에 앉았고, 빨래도 정리해야 한다.
재미있을 것 같다.
큰아이에게 너도 하나 떠줄게 했더니 그때는 별로 필요 없을 것 같은데
하더니
며칠 전 공원 뛰고 오더니 엄마 손 시려 장갑 떠 줘 한다.
그래서 니 실 주문 안 했는데 요란해도 괜찮아? 했더니
뭐 운동할 때만 낄 건데 뭐 하지만...
아들 너무 좋아할 만한 무 체색의 실로 아들 거랑 남 편 것도 만들어야 하니
또 실을 사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뜨고 싶은 것은 많고~ 소파 방석도 뜨고 싶고....
이러다가 또 어느 한구석에서 구멍이 뻥 뚫릴지 모르겠다.
한곳에 집중하면 여러 곳에 구멍이 생기는 사람이니
적당히 해야 하는데.. 적당히 하자.
적당히..
이것도 중독인 거 같기는 하다. 하다 손 놓고 있음 손이 엄청 심심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