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가 들린다.
깊어가는 가을밤 빗소리는 참 스산하다.
그런데 깊어가는 밤이라는 건 알겠는 게
가을이 깊어가는 건 맞는 걸까?
이제 살짝 발 한 짝 걸쳐 놓은 것은 아닐까?
덥다.
뜨개질을 하다가 후끈 더워져서 내려놓고...
어차피 그만해야 할 것 같아서 내려놓고..
자면서도 대답은 잘하는 남편에게 물었다.
덥지..
어?
덥지 않느냐고...
아니............ 한다.
덥다 그러면 그렇지 하고 선풍기 바람이라도 일으켜 볼까
했는데 아니란다.
나만 더운 거다.
이것이 바로 그 무시무시하다는 갱년기란 아이의 여러 얼굴 중
한 얼굴이다.
덥다가 괜찮다가...
춥다가... 덥다가....
뭐 이 정도쯤이야 내 몸을 니 맘대로 하는 거는 뭐
그래 그럴 수 있지만
내 마음까지 니 마음대로 하려 한다면 그건 못 참지.
흐..
그냥저냥 이대로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정도쯤이야.. 뭐 싶다. 사실..
가끔 일기를 쓰면서...
사실 그래도 적나라하게 써 볼까..
아니야 그건 아닌 거 같아.. 싶을 때가 있다.
그러다가도..
아니야 굳이 세월 지나면 잊히고 지워지고
그럴 텐데 굳이 그걸 기록까지 해서 안 좋은 감정을
잊어도 좋을 그 무엇을 기억할 필요 있을까 싶기도 하다.
내 경험 상..
일기라도 너무 사실적이면 드라마틱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내 삶에 결코 도움만 되는 것은 아니더라는 거다.
적당히 미화하고, 적당히 은유적으로 돌리고,
지우고 체색 하고....
나중에 되돌아 기억할 때
이게 뭐지? 본질이 뭐야? 싶기도 하겠지만..
차라리 궁금한 거 나을 때가 있더라고..
그때 그 넘이 그랬어. 하는 것보다.
흐.. 나는 그렇드라고..
남편이 큰아이 험담을 하길래...
당신 똑 닮았어.
했더니
내가? 한다.
아예 아니라고 펄쩍 뛰지는 못하는 것이
본인도 본인 닮은 거 아는 모양...
그때는 이러쿵저러쿵 핑계가 늘어지고..
지금도 그래.. 하려다가
감정 날까 봐 말았다.
당신이 더 해. 아들보다.. 하려 다고...
꾹 눌렀다.
아이를 보듯 본인을 한 번 들여다보면 얼마나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렇게까지 바란다는 건 욕심이겠지만..
지금도 충분히 남편은 나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머니 안에 밤송이처럼 그런 부분... 있다.
거슬리지만 내가 보완해야 할.. 뭐 그런...
비 올까?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이명인 것 같기도 하고...
빗소리는 잦아든 것 같다.
가을아 어서 와. 난 니가 올해는 유난히도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