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빗소리가 들리네

그냥. . 2022. 9. 13. 23:43

빗소리가 들린다.

깊어가는 가을밤 빗소리는 참 스산하다.

그런데 깊어가는 밤이라는 건 알겠는 게

가을이 깊어가는 건 맞는 걸까?
이제 살짝 발 한 짝 걸쳐 놓은 것은 아닐까?
덥다.

뜨개질을 하다가 후끈 더워져서 내려놓고...

어차피 그만해야 할 것 같아서 내려놓고..

자면서도 대답은 잘하는 남편에게 물었다.

덥지.. 

어? 

덥지 않느냐고...

아니............ 한다.

덥다 그러면 그렇지 하고 선풍기 바람이라도 일으켜 볼까

했는데 아니란다.

나만 더운 거다.

이것이 바로 그 무시무시하다는 갱년기란 아이의 여러 얼굴 중

한 얼굴이다.

덥다가 괜찮다가...

춥다가... 덥다가....

뭐 이 정도쯤이야 내 몸을 니 맘대로 하는 거는 뭐 

그래 그럴 수 있지만

내 마음까지 니 마음대로 하려 한다면 그건 못 참지. 

흐..

그냥저냥 이대로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정도쯤이야.. 뭐 싶다. 사실..

 

가끔 일기를 쓰면서...

사실 그래도 적나라하게 써 볼까..

아니야 그건 아닌 거 같아.. 싶을 때가 있다.

그러다가도..

아니야 굳이 세월 지나면 잊히고 지워지고 

그럴 텐데 굳이 그걸 기록까지 해서 안 좋은 감정을

잊어도 좋을 그 무엇을 기억할 필요 있을까 싶기도 하다.

내 경험 상..

일기라도 너무 사실적이면 드라마틱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내 삶에 결코 도움만 되는 것은 아니더라는 거다.

적당히 미화하고, 적당히 은유적으로 돌리고,

지우고 체색 하고....

나중에 되돌아 기억할 때 

이게 뭐지? 본질이 뭐야? 싶기도 하겠지만..

차라리 궁금한 거 나을 때가 있더라고..

그때 그 넘이 그랬어. 하는 것보다. 

흐.. 나는 그렇드라고..

 

남편이 큰아이 험담을 하길래...

당신 똑 닮았어.

했더니 

내가? 한다.

아예 아니라고 펄쩍 뛰지는 못하는 것이

본인도 본인 닮은 거 아는 모양...

그때는 이러쿵저러쿵 핑계가 늘어지고..

지금도 그래.. 하려다가

감정 날까 봐 말았다.

당신이 더 해. 아들보다.. 하려 다고...

꾹 눌렀다.

아이를 보듯 본인을 한 번 들여다보면 얼마나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렇게까지 바란다는 건 욕심이겠지만..

지금도 충분히 남편은 나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머니 안에 밤송이처럼 그런 부분... 있다.

거슬리지만 내가 보완해야 할.. 뭐 그런...

비 올까?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이명인 것 같기도 하고...

빗소리는 잦아든 것 같다.

가을아 어서 와. 난 니가 올해는 유난히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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