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며칠 전

그냥. . 2022. 10. 3. 22:02

며칠 전

남편이 파종기로 시금치 씨앗을 파종하고 있는데

우리 집 멍뭉이 저 냥반이 일 잘하고 있나..

씨앗은 빠짐없이 잘 심고 있는지 감시를 하고 있다.

곱게 갈아서 고르게 펼쳐 놓은 밭에 발자국 콕콕 찍어가며

뛰 댕기는 멍뭉이가 철이 없는 건지

그 모습마저 이쁘다며 아이구 잘하네 잘하네 하는

나와 우리 집 남자가 철이 없는 건지 모를 일이다.

간만에 비가 내렸다.

새벽부터 간간히 빗소리가 들리더니 오전 내내 

제법 내렸다.

반가운 빗소리에 

꽃밭이 직파로 키우고 있던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모종 몇 개를 앞마당으로 옮겨 심었다.

내가 씨앗 뿌리고 내가 물 주고 내가 잡초 뽑아가며 키웠는데

이름을 잘 모르겠다.

혼합씨앗인 데다가 꽃을 보면 어떻게 검색을 해보던지 찾아보던지

할 것 같은데 이건 뭐 어린 모종 잎을 보고는 알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다.

패랭이랑 접시꽃이랑 톱풀이랑 또... 키 작은 샤스타랑.. 또 뭐더라 

크림슨 크로버? 랑.. 그리고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

스물다섯 가지 씨앗이 혼합되어 있다고 그랬는데

내가 구부할 수 있는 선에서는.. 열서너 가지?
매발톱도 한두 개 싹이 터서 자라고 있고....

너무 잘 자라는 아이들은 몇 번이나 속아냈다.

이게 먼저 파종해 본 사람들의 리뷰를 보니까

우세종이 있어서 잘 자라는 애들은 잘 자라는데

우세종에 치어서 발아도 못 하는 애들도 많다고 해서

너무 많이 올라왔다 싶은 애들은 수없이 잘라내고 뽑아내고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아도 안 되는 애들이 분명 있는 것 같기는 하다.

벌써 파종한 지가 두 달이 넘었는데

열서너 가지만 발아를 했다면... 거기에 뭐 패랭이는 종류가 다양해서 그 아이들이

몇몇 섞여 있다고 해도 아직 발아도 못하고 있는 씨앗들이 

적어도 7~8종은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발아해서 이만큼 자란 것 만도 대단한 일이기는 하지만

더 속아내야 하나...

아님 그냥 둬 보고 내년 봄에 새로 올라오면 그때 속아내야 하나 그러고 있다.

사실 손가락으로 잘 잡히지도 않게 작은 씨앗이 발아해서 이렇게 손바닥만 하게 

또는 멍뭉이 발바닥 만하게 또는 내 손톱 만하게  자라서 비 내린다고

비에 온몸을 맞기고 있는 걸 보니

마구잡이로 잡에 뽑기도 좀 미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빽빽한 곳은 많이도 속아 냈는데....

저 아이들 속에 숨겨져 있는 색색의 아름다움을 

상상은 할 수 있어도 그 상상이 사진처럼 뚜렸다하지가 않아서

더 기대되기도 한다.

내년 봄부터 더 화려해지고 더 풍성해질 꽃밭을 상상하면 벌써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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