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남편이 파종기로 시금치 씨앗을 파종하고 있는데
우리 집 멍뭉이 저 냥반이 일 잘하고 있나..
씨앗은 빠짐없이 잘 심고 있는지 감시를 하고 있다.
곱게 갈아서 고르게 펼쳐 놓은 밭에 발자국 콕콕 찍어가며
뛰 댕기는 멍뭉이가 철이 없는 건지
그 모습마저 이쁘다며 아이구 잘하네 잘하네 하는
나와 우리 집 남자가 철이 없는 건지 모를 일이다.
간만에 비가 내렸다.
새벽부터 간간히 빗소리가 들리더니 오전 내내
제법 내렸다.
반가운 빗소리에
꽃밭이 직파로 키우고 있던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모종 몇 개를 앞마당으로 옮겨 심었다.
내가 씨앗 뿌리고 내가 물 주고 내가 잡초 뽑아가며 키웠는데
이름을 잘 모르겠다.
혼합씨앗인 데다가 꽃을 보면 어떻게 검색을 해보던지 찾아보던지
할 것 같은데 이건 뭐 어린 모종 잎을 보고는 알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다.
패랭이랑 접시꽃이랑 톱풀이랑 또... 키 작은 샤스타랑.. 또 뭐더라
크림슨 크로버? 랑.. 그리고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
스물다섯 가지 씨앗이 혼합되어 있다고 그랬는데
내가 구부할 수 있는 선에서는.. 열서너 가지?
매발톱도 한두 개 싹이 터서 자라고 있고....
너무 잘 자라는 아이들은 몇 번이나 속아냈다.
이게 먼저 파종해 본 사람들의 리뷰를 보니까
우세종이 있어서 잘 자라는 애들은 잘 자라는데
우세종에 치어서 발아도 못 하는 애들도 많다고 해서
너무 많이 올라왔다 싶은 애들은 수없이 잘라내고 뽑아내고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아도 안 되는 애들이 분명 있는 것 같기는 하다.
벌써 파종한 지가 두 달이 넘었는데
열서너 가지만 발아를 했다면... 거기에 뭐 패랭이는 종류가 다양해서 그 아이들이
몇몇 섞여 있다고 해도 아직 발아도 못하고 있는 씨앗들이
적어도 7~8종은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발아해서 이만큼 자란 것 만도 대단한 일이기는 하지만
더 속아내야 하나...
아님 그냥 둬 보고 내년 봄에 새로 올라오면 그때 속아내야 하나 그러고 있다.
사실 손가락으로 잘 잡히지도 않게 작은 씨앗이 발아해서 이렇게 손바닥만 하게
또는 멍뭉이 발바닥 만하게 또는 내 손톱 만하게 자라서 비 내린다고
비에 온몸을 맞기고 있는 걸 보니
마구잡이로 잡에 뽑기도 좀 미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빽빽한 곳은 많이도 속아 냈는데....
저 아이들 속에 숨겨져 있는 색색의 아름다움을
상상은 할 수 있어도 그 상상이 사진처럼 뚜렸다하지가 않아서
더 기대되기도 한다.
내년 봄부터 더 화려해지고 더 풍성해질 꽃밭을 상상하면 벌써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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