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차 안에서....
큰애가 오늘 산에서 미끄러졌데..
안 다쳤어?
어.. 걷는 게 좀 이상해서 물었더니 다치지는 않았는데
낙엽에 미끄러졌다고...
등산화 한 사라 그래.
그러니까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
당신이 사 준다고 안 했었어? 예전에..
했었지. 근데 이제 월급 잘 받고 다니니 지가 알아서 사라 그래
알았어. 지가 알아서 사겠지..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산에 갔다가 미끄러졌다면서..
예.. 낙엽이 미끄럽더라고요.
넌 산에 자주 가니까 등산화 하나 사 신어라 미끄러지면 클라.
앞으로 더 미끄러울 거고..
네... 근데 전에 아빠가 저 사 주신다고 안 했어요?
야야.. 이제 네가 그 정도는 사도 되잖어.
그러기는 하지만... 뭐..
예 제가 살게요.. 하는데..
얼마면 살까? 한다.
글쎄요. 등산화는 한 번도 안 사 봐서...
아들 방금 아빠가 니 통장에 이체했으니까 모자라면 보태고
남으면 너 가져. 괜찮은 걸로 하나 사! 한다.
네.. 감사합니다~ 하고 화기애애하게 끝이 났었다...
그다음 날인가...
큰애 등산화 샀다냐?
아니.. 아직 안 샀을걸.. 출근하느라 바빴을걸...
솔직해 말해봐.
뭘..
네가 아빠한테 이야기 한 번 해 봐라 했지.
어? 아니.. 아니 이.. 내가 왜..
에이.. 네가 이야기했잖아.
내가 너를 모르냐. 분명히 네가 아들한테 아빠가 사주신다고
했잖냐고 이야기해 보라고 했지~
아니라니~
솔직히 말하라니까.. 하길래..
뭐... 아들이 등산화 이야기하길래..
당신이 사준다고 했던 생각이 나서... 뭐... 그랬지..
그러니까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아들이 약자니까 넌 늘 아들 편에 서는 거 내가 알지~
그래.. 아직은 당신이 아들보다 더 강하잖아.
당신이 약자 되면 내가 당신 편에서만 이야기할게
내가 약자가 되면 안 되지 내가 너를 지켜야 하는데 디
약자는 안되련다~ 하는데 뭔가.. 훅..
흐흐흐..
나를 너무 잘 아는 우리 집 남자..
그걸 적절히 이용하는 나..
그리고 그 덕에 조금은 부드럽게 살아가는 아들..
그거면 된 거지 싶다.
자정 너머 30여분쯤 카톡이 울었다.
작은아이..
'엄마 나 이태원 안 갔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하고 톡이 와 있다.
알았어. 하고 우선 문자를 넣어놓고..
이태원에 뭔 일 터졌구나 싶어 포털에 들어가 보니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한 줄 속보로 올라 와 있었다.
아.............. 이 무슨 일인가...
무슨 말을 꺼내어 보태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안타까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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