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엇그제

그냥. . 2022. 10. 30. 20:29

 

엊그제 차 안에서....

큰애가 오늘 산에서 미끄러졌데..

안 다쳤어?

어.. 걷는 게 좀 이상해서 물었더니 다치지는 않았는데

낙엽에 미끄러졌다고...

등산화 한 사라 그래.

그러니까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

당신이 사 준다고 안 했었어? 예전에..

했었지. 근데 이제 월급 잘 받고 다니니 지가 알아서 사라 그래

알았어. 지가 알아서 사겠지..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산에 갔다가 미끄러졌다면서..

예.. 낙엽이 미끄럽더라고요.

넌 산에 자주 가니까 등산화 하나 사 신어라 미끄러지면 클라.

앞으로 더 미끄러울 거고..

네... 근데 전에 아빠가 저 사 주신다고 안 했어요?

야야.. 이제 네가 그 정도는 사도 되잖어.

그러기는 하지만... 뭐..

예 제가 살게요.. 하는데..

얼마면 살까? 한다.

글쎄요. 등산화는 한 번도 안 사 봐서...

아들 방금 아빠가 니 통장에 이체했으니까 모자라면 보태고

남으면 너 가져. 괜찮은 걸로 하나 사! 한다.

네.. 감사합니다~ 하고 화기애애하게 끝이 났었다...

그다음 날인가...

큰애 등산화 샀다냐?
아니.. 아직 안 샀을걸.. 출근하느라 바빴을걸...

솔직해 말해봐.

뭘..

네가 아빠한테 이야기 한 번 해 봐라 했지.

어? 아니.. 아니 이.. 내가 왜..

에이.. 네가 이야기했잖아.

내가 너를 모르냐. 분명히 네가 아들한테 아빠가 사주신다고

했잖냐고 이야기해 보라고 했지~ 

아니라니~

솔직히 말하라니까.. 하길래..

뭐... 아들이 등산화 이야기하길래..

당신이 사준다고 했던 생각이 나서... 뭐... 그랬지..

그러니까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아들이 약자니까 넌 늘 아들 편에 서는 거 내가 알지~

그래.. 아직은 당신이 아들보다 더 강하잖아.

당신이 약자 되면 내가 당신 편에서만 이야기할게

내가 약자가 되면 안 되지 내가 너를 지켜야 하는데 디

약자는 안되련다~ 하는데 뭔가.. 훅..

흐흐흐..

나를 너무 잘 아는 우리 집 남자..

그걸 적절히 이용하는 나..

그리고 그 덕에 조금은 부드럽게 살아가는 아들..

그거면 된 거지 싶다.

 

 

 

 

자정 너머 30여분쯤 카톡이 울었다.

작은아이..

'엄마 나 이태원 안 갔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하고 톡이 와 있다.

알았어. 하고 우선 문자를 넣어놓고..

이태원에 뭔 일 터졌구나 싶어 포털에 들어가 보니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한 줄 속보로 올라 와 있었다.

아.............. 이 무슨 일인가...

무슨 말을 꺼내어 보태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안타까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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