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정겨운 골목
나 살아가고 있는 내 동네 그 골목보다 더 정이 가는 골목을
산책하는 길에 만난 봄까치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너무 작아 혼자 피어서는 봐주는 이 없을까 우려한 탓인지
무리 지어 곱게도 피었다.
저 청보라빛이 나는 참 좋다.
어제 친정에 왔다.
이삿짐센터 차가 들어와
짐을 정리하기 시작하는 걸 보고 출발했다.
오랜만에 장거리 운전이어서
손에 땀이 나도록 핸들을 붙들고 있었던 것은
나도 못 믿는 나 때문인지
나를 우려하는 가족들의 걱정 때문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별 무리없이 엄마네 도착했다.
참 일이 많았다.
2월 3워 그리고 집 리모델링까지 겹치는 바람에
내 체력은 바닥이 되었고
집중력은 자꾸 떨어져 내가 뭘 하는지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질서가 잡히지도 않고 30년 이상 뿌리 박힌 나무처럼 살았으니
묵히고 묵힌 살림이 낙엽처럼 켜켜이 쌓여서
손이 가고 가고 또 가도 끝이 없었다.
그나마 좋은 일들에 바쁘니 이 정도로 버틸 수 있었지 싶었다.
큰아이는 원룸에 작은아이는 제 집으로
어머니랑 남편은 마을회관으로
흩어졌지만
젤 좋은 건 나 아닌가 싶다.
친정으로 간다니 이구동성 한 마디씩
좋겠네 살 좀 쪄가지고 와~
살쪄서 보게.. 하는...
그래..
몇 년 전 수술하고 내려와서 3주 정도 엄마랑 있었던 것 말고는
집이 멀지 않다는 이유로 오며 가며 하기 바빴는데
이렇게 마음이 편하다.
엄마 말대로 살이나 좀 쪄서 새 집에 들어가야지 싶다.
오늘도 엄마는 한시도 허투루 흘리는 시간이 없다는 데 대해 놀라고
존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