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포근한 봄날 오전
엄마는 텃밭에서 흙을 쇠스랑으로 파서 깨트려서 비단처럼 곱게 만들고
계시고
멍뭉이는 뜨끈하게 달궈진 자리를 찾아 앉아 봄을 즐기고 있고
나는 봄기운에 아지랑이 아롱아롱 어지럼이 빙글 거리고 있었다.
햇살은 얼마나 좋은지
이 좋은 봄날이 지나가고 있는 것이 아쉬울 지경이다.
엄마는...
저 넓은 텃밭을 손수 파서 일구신다.
기계가 들어가서 위잉 몇 번 돌면 끝날 일인데
이 동네에는 저 윗마당에 올라가 위잉 기운 세게 일을 해 줄 관리기라는 기계가
없단다.
대부분 다농들이고 울 안에 이렇게 텃밭을 가꾸는 집이 없다 보니
대형 트랙터는 있어도 작은 텃밭을 갈아엎을 기계는 없는 모양이다.
그러니 봄이면 저렇게 한고랑 한고랑 손소 파고 고르신다.
기계보다 더 곱고 또 곱게..
가만히 엄마를 보고 있으면
어찌 저 나이에 저 많은 일을 해 내실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나는 손바닥 만한 밭 끝으머리를 작년에 파서 고구마 골을 만들고 나니
손바닥이 온통 물집이었는데
엄마는 힘보다는 요령으로 일을 하시는 듯하다.
물론 꺾인 허리며 어깨에 세월을 이고 지고 계시느라
쉽지 않은 일인 건 분명하지만
나도 만만찮게 일하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말도 못 꺼낼만큼 엄마는 자연스럽게 또 일을 해 내신다.
어떻게 저 많은 일을 하지? 싶었는데
보니 아......... 저렇게 하시는구나 싶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을 하시다가도 마을회관에서 하는 운동시간은 맞춰서 운동도 가시고
며칠 앞에 있을 마을 행사를 위해서 음식 준비를 한다고들 모이셔서
식사도 하시고 놀기도 하시면서 일을 하시는 걸 보니
그나마 안심이 되기도 한다.
나만 괜찮으면 되는 것이다.
오늘 긴장이 풀렸는지 메롱하는 나 때문에 엄마가 걱정을 좀 하셨지만
다행히 괜찮아졌다.
혼자 사는 엄마의 삶이
멀리서 가끔 생각하면 그저 마음 아프고 그랬는데
엄마는 엄마만의 삶을 엄마 방식대로 즐기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것이 많다.
그래.. 쫌 열심히 살아야지 싶기도 하다.
봄이 가득한 들판을 가꾸고 일구는 대에는 사람과
봄이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포근하기만 하던 봄날의 밤이 깊어간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지.
살찌워야 하는 의무를 다 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