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방 끄트머리 해가 살짝 지나간 자리에 멍뭉이랑 앉아 바람을 즐기고 있다
오래 산 대문이 바람에 얻어 맞아 비틀 거리는 소리 빨랫줄에 집게 마당에 잡다한 것들의 바람에 휘둘 거리는 소리만 가득했는데
면민의날 행사 끝내고 차에서 우르르 내리면서 들리는 익숙한 어른들의 목소리가 훅 들어온다
송아지 한 마리 타오신다던 엄마는 수건 하나 생수 작은 거 하나 들고 들어오신다
마을회관에 다시 나가 보셔야 한다며 오십 넘은 딸 저녁밥 진짜로 있는지 확인하신단다
남편이 아침에 와서 벗꽃도 보고 마트도 다녀왔다
흐드러지게 핀 꽃만큼이나 화사한 봄빛의 사람들
봄이 좋은 이유는
그냥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고 저도 모르게 어깨가 펴지는 까닭 아닐까
할무이 소리 난다고 제빠르게 뛰어 나가려는 멍뭉이처럼 봄은 그냥 멍하니 있다가 우연히 듣게 되는 반가운 목소리 같은 것인 듯 하다
대문 밖이 궁금한 멍뭉이의 시선이 보이지는 앐고 들리기만하는 바깥소리에 가 있는 햇살좋은 봄날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