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명절준비

그냥. . 2024. 2. 2. 23:06

 

내 명절 준비보다 

누군가가 남편 앞으로 보낸 명절 선물이 먼저 도착한다. 요즘에는...

느긋해져서 그런 건지 무덤덤해져서 그런 건지..

아님 세월의 무게 쪽으로 기울어진 시소처럼 명절도 이젠 어느 만큼은

가벼워진 건지...

아마도 세상의 변화가 내게도 닿아 가볍게 하고 있음이고

대가족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든 까닭이고,

내가 중년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 주는 뭐 그런 경력

때문 아닐까 한다.

예전에 비하면 명절 같지도 않다.

꼬박 이박 삼일은 차려 내야 했던 밥상이..

이제는 명절날 하루아침으로 간소화되었음이 주는 해방감 때문이

가장 큰 것 같다.

겨울 내내 비닐 지붕을 덮고 있던.. 텃밭에 배추를 잘라 다듬어 간을 절이고..

포기김치로 담그려 했는데

너무 작아서 잘라 담았다.

무채도 담고, 백김치도 담고....

맛은 몰라 장담 못해..

담글 때마다 맛이 다르다는 건.. 흐.. 꼭 집어 말하지 않아도

알만한 솜씨..

그래도 김치 담그는 게 겁나거나 부담스럽지는 않다.

그냥 뭐.. 담는 건 일이 아니다.

다만 지난번 백김치처럼 맛났으면... 싶고,

대부분 싱거워 탈인 김치가 이번에는 간이 좀 제대로 맞았으면 

싶을 뿐...

점심때는 큰 아이랑 같이 밥 먹었다.

큰아이 집 옆에 새로운 식당이 생겼는데 남편 지인이 거기 맛나다고 그랬다 해서

갔는데 나름 괜찮았다.

아들이 좋아하고 남편이 좋아하는 메뉴면 되는 거지..

감기는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는데 아직 기침이 좀 남아 있는 거 같다.

아프지 말라고 속상하니까 했지만

어디 본인이 아프고 싶어서 아프겠나 싶다.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말이다..

면역력이 약한 것 같으면 드는 자책이 어느 만큼은 있어서

더 그런 말들을 내어 놓는 것 같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 탓이 되는 엄마..

아이가 알면 안 되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인 걸 알면서도 설핏 내 비친 것 같아 조심스럽다.

맛나게 점심 먹고...

아이는 차 검사 맡으러 가고, 우리는 마트 들러..

채칼을 사려고 봤는데

맘에 드는 것이 없어 30초 정도 망설이다가 당장 써야 해서

채썰기 싫어서 사 들고 왔는데...

이건 뭐...  재활용도 안 될 것 같고.. 나하고는 너무 안 맞는다.

열심히 칼로 채 썰었다.

맘에 차지 않을 때 그냥 내려놓고 올걸.. 싶은 뒤늦은 후회..ㅎ..

그나저나 김치가 맛있었으면 좋겠다.

명절 때도 먹어야는데..

식구들이 대체적으로 김장김치 좋아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이왕 담근 김치니 자신 있게 상에 올릴 수 있게

우리 집 남자가 맛있네~ 했으면 좋겠다. 정말..

텃밭에서 배추 뽑아서 수돗가에서 다듬고 씻고 절였다고

겨울 햇살도 햇살이라고

얼굴이 제법 빠삭 거린다

오늘따라 자외선 차단크림을 안 바르고 나갔었나 봐..

왜 이리 건조하지.. 했더니

겨울 햇살에 쌩얼이 살짝 놀랐나 봐. 웃겨.. 날도 제법 흐렸는데 말이다.

어쨌건 나의 명절 준비는 시작되었다.

훅 지나고 나면 봄기운이 느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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