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하루의 끝 일?을 하려 노트북 앞에 앉았다.
찬 기운이 훅 온몸을 감싸고돌지만 뭐 괜찮다.
조금 있으면 난로의 따듯한 기운이 추위를 물리쳐 줄 거니까..
아침도, 점심도, 엄청 피곤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피곤한 것은 늘어짐 탓이겠지.
저녁에 큰아이가 와서 식사를 같이 했다.
어제 차례 지내고 먹었던 갈비가 맛있다며 더 더 접시를 채워
상에 올리는 일이 생겼다.
세상에 이런 일이다.
늘 하얀 엘에이 갈비만 습관적으로 했었는데
큰아이가 달달한 갈비를 좋아하지 않아서 이번에는 매콤 갈비를 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너무 좋아 다른 반찬이 필요가 없을 지경이었다.
넉넉하게 한다고 했는데
출근한 큰아이는 맛도 못보게 될까 봐 걱정을 했는데
큰아이 딱 한 끼 먹을 만큼의 양만큼만 남은 거 챙겨 두고..
사실 나는 매울까 봐 간도 못 봤다.
간 보려고 숟가락 끝에 찍어 입에 넣었다가 알싸한 맛이 겁나서
동서에게 간 좀 봐 달라 했더니 괜찮다 했었다.
그리곤 한 젓가락 손도 못 대고....
다시 식구들 먹을 거 하려면 간은 봐야는데 사실 겁이 좀 나기는 한다.
뭐 남편 부르거나 아님 아들더러 간 보라 하는 수밖에...
속 쓰림은 가끔 겁나거든..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매운 것도 잘 먹는 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구워 먹는 고기 좋아해서
아이들 있을 때 먹자 해서 구워 먹는데
나는 왜 입맛이 하나도 없었을까?
말 그대로 아이들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 뭐 그건지 어쩐 건지
잘 모르겠지만
저녁도 식사를 제대로 안 했더니 이제야 허전하네..
허전한데 밥은 먹고 싶지 않고,
그냥 그렇다. 귤이나 하나 까먹어 볼까.. 하다가 속 쓰릴까 보아서..
흐..
못하는 게 뭐 이렇게 많고 핑계가 많은지 모를 일이다.
피곤하면 왜 더 비틀 거리는 걸까?
조심성이 없거나.. 실내화가 내 발에 불편할 만큼 크거나...
요가할 때 보면.. 물론 엉망이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어지럼증이 심한 것 같지 않은데 그런 것 같은데
피곤하면.. 발밑이 많이 흔들린다.
아니.. 발뒤꿈치가 없는 사람 같기도 하다.
뒤로 옆으로.. 풍선인형처럼 춤을 춘다.
아니 그정도는 아니고 좀 비틀 거려진다 마치 가족에게 일부러 보여주려 하는 것 마냥.
그걸 또.. 가족들에게 들키고
예민한 큰아이는 한 소리 걱정을 하고 남편은
가만히 바라만 본다.
내가.. 남편에게 그랬었다.
자꾸 콕 찝어 그거 가지고 걱정하고 뭐라 하길래
그러지 말아 달라고 나도 알고 있다고 자꾸 뭐라 하니까
더 자존감만 떨어지고 내 발밑에 물풍선을 밟고 서 있는 것 같지 않으냐고..
투덜거렸더니 잔소리는 줄이고 눈으로만 뭐라 하는 남편..
그런 남편의 눈치를 살피는 나..
모를 일이다.
그냥 조심성이 좀 많이 떨어지는 사람인가 싶기도 하다.
어찌 되었건 비슷하게나마 요가 수업 따라갈 수 있는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
바람이 차가운 거리로 멍뭉이를 데리고 나선다.
멍뭉이 산책이 목적이지만 어느 만큼은
내 세상이 조금은 더 단단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추웠다.
바람이 많이 불더라고..
그래도 같이 걸어주는 멍뭉이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운전해서 엄마네는 가고 싶고,
그러겠다는 나를
남편은 엄마 앞에서 대놓고 이야기하며
엄마 걱정 듣게 하고.....
그렇게 나는 또 내 자신감 부족인지 의지박약인지
엄마 걱정 때문인지
어쩌면 모두가 인정해주는 확실한 이유로 엄마를 좀 내려놓고 싶음인지..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오늘은 좀 그랬지만
내일은 또 괜찮겠지.
ㅎ..
오늘은 또 신세한탄이네..
사실 별것도 아닌 일상일 뿐인데 말이다.
나만큼만 특별히 무너진 데 없이 살아도 다행이고 감사한
삶 아닌가.. 그렇지.. 그렇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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