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명절 세느라 피곤하신 멍뭉이

그냥. . 2024. 2. 10. 22:22

 

저녁 먹고 치우고 

명절의 잔해들 정리하고 조금 늦게 방에 들어갔더니

아........ 명절은 피곤해.. 하는 얼굴로 주무시고 계시는 멍뭉이다.

슬근슬근 건드려도 눈도 안 뜨고 잔다.

어제 손님 맞이용으로 목욕도 하셨는데 나이 탓인지 많이 긴 털 탓인지

꼬질이처럼 사진에 찍혔지만 내 눈엔 세상 제일 예쁘고 귀여운 멍뭉이다.

내 보기엔 동생네 멍뭉이가 덜 이쁘더만

동생은 우리 멍뭉이더러 물고기처럼 생겼데 .ㅎㅎㅎ

아닌데~ 이렇게 이쁘고 귀여움의 표본인 멍뭉이가 어딨다고~

하고 싶었지만 맞장구를 쳐 주며 웃고 말았다.

그 집 멍뭉이는 아직 어려서 털이 너무너무 부드럽더라고..

린스로 목욕하고 나온 곰돌이 인형 같은 털 말고는..

우리 멍뭉이가 훨씬 이쁜디 말이다.

아무튼 명절은 지났다.

앞에 있으면  정말 피하고 싶고 돌아가고 싶고 건너기 싫은데 건너야 하는

살얼음 낀 냇물 같지만..

막상 건너다보면 제법 단단한 얼음이 얼어서 하하 호호 즐겁게

건널 수 있는 냇물인데

덜컥 얼마나 발이 시릴까 겁부터 내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도 경험에서 나오는 거부감이겠지만

그러고 보면 경험이라는 게 다 좋은 건 아니다.

경험은 때로 겁쟁이 소심이를 만든다. 나라는 사람을..

모두들 어깨에 쌓이는 세월의 무게가 묵직해진 만큼

가벼이 흘리는 날 선 파장의 언어들로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그저 우려 일 뿐일 때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만나 부대끼는 시간이 길면

알게 모르게 너도 나도 서로 긁어 상처 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아침 차례로 끝나니 가볍고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엄마도 잠깐 보고 왔다.

큰아이가 근무라 같이 가지 못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엄마가 큰아이를 은근 찾으신다.

아마도 큰아이 때 엄마가 몸조리를 해 주셔서 더 정이 가는 것

같기도 하다.

큰아이가 다정하기는 하지.

여기저기 집안에 남아있는 명절의 흔적을 지우면서...

그래.. 집도 나처럼 몸살을 했겠구나 싶다.

지내고 보면 명절 필요해.. 이럴 때 집에서 같이 모여 집밥 먹고

얼굴 보고 좋잖아... 싶다가도

준비해야 하는 일들 앞에 있으면.. 명절 싫어... 없었으면 좋겠어.

왜 해야 해! 누구를 위한 명절? 싶어 지겠지.

말 그대로 살얼음 낀 건너야 하는 냇물 앞에 서 있는 느낌이다.

디뎌보면 단단하고.. 그다지 미끄럽지도 않은 얼음이 얼려 있는

냇물인데 말이다.

어찌 되었건 음력 새해 첫날을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서 주저리주저리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듯 오늘을 정리하는 일로 마무리 지어 가고 있다.

'매탈남'고양이 유튜버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고양이랑 나눠어 먹던

쫄병스낵을 꼬마 캔맥과 함께 하며...

오늘 아침에 조카딸이 들고 왔더라고 

우와 졸병스낵이다~ 했다.

이거 좋아하세요? 하기에

한 번 먹어보고 싶었어. 유튜브에서 누가 맛나게 먹어서~ 했더니

조카딸이 자기가 쫄병 스낵 좋아한다며.. 그러더니

놓고 갔네...

근데.. ㅎ

맥주는 끝났는데 스낵이 남았어 다음에 또 먹어야지~

그냥 먹기엔 조미료 맛이 너무 쎄.

음력 새해 첫날.. 설날..

설날이라는 말이 입에 설어..

근데 설날이니까.....

설날 잘 보낼 수 있음에 오늘 하루 이렇게 잘 저물어 갈 수 있음에

감사하자...

그리고..

남편이 그랬다.

내일 아침은 안 깨울 테니 늦게까지 자라고..ㅎ...

말이라도 고맙네..

그래 내일은 늘어지게 늦잠 한 번 자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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