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내 인생에 솔바람

그냥. . 2024. 6. 18. 23:07
톱풀( 계란 노른자 가루를 뿌려놓은 듯하다.)

깊어가는 밤 
멀리서 들리는 개구리 소리가 귀뚜리 소리로 들리는 건
내 귀에서 들리는 소리랑 합쳐 저 개구리 소리가
아련하게 묻혀 버리는 까닭 아닌가 싶다.
며칠 전에는 이 계절에도 귀뚜리 같은 풀벌레가 저렇게 우나... 싶은
착각마져 들었었다..
여름 노을이 유난히 이쁘게 느껴지는 건..
내 산책 시간이 더위를 피해 늦어지는
여름에 노을을 접하는 일이 많은 까닭이 아닐까..
어제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산책하기 좋은 계절에는 말 그대로
 노을 바라 볼일이 상대적으로 아주 많이 드물 테니까...
 
동네친구 전화가 왔다.
지금도 열심히 일하면서 사는 친구..
하긴 내 나이에는 일하는 게 정상적인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전업주부가 비정상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유쾌하고 화끈하고 기분 좋은 그러면서도 착한..
내가 그 친구 성격을 반의 반만이라도 가졌더라면
내 인생은 아마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거라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다. ㅎ..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가 일찍 돌아가신 친구에게
엄마 없는 세상을 살아내느라 욕봤다~ 했더니
그래 맞아 엄마 없이 힘들었다~ 한다.
그려그려 엄마라는 존재는 그냥 거기 계셔 주는 것 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기댐이 되잖어.
욕봤어. 친구..  
다음에 엄마 만나면 왜 그렇게 급하게 가셨냐고 물어 봐~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왜 그렇게 목소리에 힘이 없느냐며
옛날에는 네가 뚱땡이였고 내가 빼빼였는데
지금은 반대가 됐어! 하는 친구의 말에 
흐흐흐.. 그래 다른 사람 아무도 안 믿어도 너는 알지~ 하며
한참을 웃었다.
기분 좋아지는 친구..
어쩌다 가끔 선물처럼 전화가 온다.
나는.. 사실.. 먼저 연락하고 전화하고 그런 사람이 못된다.
생각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소극적이라고 해야 하나... 생각도 많고..
통화하는 거 즐겨하지 않는다.
문자가 편하다고 해야하나..무튼..
꼭 해야 할 일이 생기지 않는 다음에야 잘하지 않는 그런 류..
그 친구 전화를 받는 날은 창고 구석에서 유연히 발견해서 심은
오래된 구근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 것 같은 그런 기분...
몇 년은 된 것 같다.. 본지..
십 년쯤 됐을지도 모른다..
그 보다 더 되었을지도...
그럼에도 1년에 한 번 아니 2년에 한두 번 통화해도 
반가운..
그런 친구가 내게는 있다.
소꿉쟁이 어린 시절 부잣집 막내딸... 내 친구.. 

'지나간날들 > 괜찮은 오늘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일은 비가 내리겠지..  (0) 2024.06.21
벌과 나비만이 아니다.  (0) 2024.06.20
엉킨 실타래  (0) 2024.06.17
비가 좀 내렸으면 좋겠다..  (1) 2024.06.16
나는 가끔 내가 안쓰럽다.  (1) 202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