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오늘도 비

그냥. . 2024. 7. 10. 17:25

사피니아

빙빙 비 내리는  허공을 맴도는 잠자리는 

비에 젖지 않는 걸까?

비에 젖지 않은 법을 알고 있는 걸까?

아님 날개가 비에 젖어도 날을 수 있은 방법을 알고 있는 걸까?

아침 이슬에 발이 묶여 풀잎에서 꼼짝 못하고

어린 아이 손에 붙들리던 그 잠자리들은 분명히 날을 수 없었음인데..

빙글빙글 맴을 돈다.

비 한 방울이면 젖어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빗물인 듯 꽃잎인 듯

내려앉을 것만 같은 잠자리가

비가 저렇게도 기세 당당하게 내리고 있는데도 맴을 돈다.

무엇을 위한 비행인가..

설마 하루종일 흔들리고 있는 내 시선을 위로하기 위함은

아닐 텐데...

신기 하다. 신기해.

지난번 참새 몇 마리가 빗속을 날아다니는 걸 보고는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

젖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건지

젖어도 날아다닐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건지

아님 날개가 젖지 않는 특수한 뭔가가 있는지...

그보다 더 더 더 훨씬 더 작은 잠자리가 저렇게 떼를 지어 멤을 도는 것은..

아마도 처음 보는 것 같다. 이 빗속에서...

내내 저렇게 살았겠지.

다만 내 눈에 띄지 않았던지 아니면

내가 관심이 없었던지 그랬을 것이다.

날고 싶다.....

가끔은 옛날 아주 오래된 시

새가 되어 날고 싶다...뭐 그런 시였던 것 같다.

그 시가 생각난다.

ㅎ..

어이없어... 무슨 수로 날아..

비가 그친다 그친다 하는데...

날씨 어플에도 비 그림은 이미 사라졌는데

비는 여전히 오락가락한다.

흐렸다 맑았다를 반복하며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한다.

그 덕에 오늘도 멍뭉이 산책은 오래 먹는 간식으로 대신하고..

가끔 이런 기회는 마치 휴가처럼 좋기도 하지만

한 바퀴 돌고 오면 멍뭉이도 좋고 나도 좋고 하련만 싶기도 하다.

여기저기 비가 많이 와서 들썩들썩하던데

이렇게 비 내리는 것만 무슨 애인 바라보듯이 보고 있어도 되나..

좀 찔리는 감이 있지만..

그거 같다.

걱정은 걱정이고

좋은 건 좋은 거라는...

아직 내가 비에 크게 데이지 않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비가 많이 와서...

큰아이는 물론 일도 더 많을지도.. 더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철없는 엄마는 그저 그냥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게 좋다 한다.

뚝 뚝 뚝,,,.....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만 남기고

 비는 또다시 그쳤다.

비도 염치가 있겠지.

내리더라도 잠시 쉼.. 내지는 

하루 이틀쯤 쉬어 갈 줄은 알겠지.

여기저기 작은 웅덩이들이 만들어진 것이 잠깐의 시간 동안 제법 많은 

비가 내린 모양이다.

비 덕분에

더위는 쉬어가고..

비 그치면 다시 더위가 찾아오겠지.

그렇게 7월은 붉게 물들이며 사그라들겠지.

 

꽃밭에나 다시 한번 둘러봐야겠다.

아침에 열심히 보듬고 다듬고 쓰다듬고..

일으켜 세우고 했는데

몇 번 더 내린 비에 꽃들은 또 얼마큼 지쳐 있는지

따스한 눈길로 다시 한번 둘러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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