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빙 비 내리는 허공을 맴도는 잠자리는
비에 젖지 않는 걸까?
비에 젖지 않은 법을 알고 있는 걸까?
아님 날개가 비에 젖어도 날을 수 있은 방법을 알고 있는 걸까?
아침 이슬에 발이 묶여 풀잎에서 꼼짝 못하고
어린 아이 손에 붙들리던 그 잠자리들은 분명히 날을 수 없었음인데..
빙글빙글 맴을 돈다.
비 한 방울이면 젖어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빗물인 듯 꽃잎인 듯
내려앉을 것만 같은 잠자리가
비가 저렇게도 기세 당당하게 내리고 있는데도 맴을 돈다.
무엇을 위한 비행인가..
설마 하루종일 흔들리고 있는 내 시선을 위로하기 위함은
아닐 텐데...
신기 하다. 신기해.
지난번 참새 몇 마리가 빗속을 날아다니는 걸 보고는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
젖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건지
젖어도 날아다닐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건지
아님 날개가 젖지 않는 특수한 뭔가가 있는지...
그보다 더 더 더 훨씬 더 작은 잠자리가 저렇게 떼를 지어 멤을 도는 것은..
아마도 처음 보는 것 같다. 이 빗속에서...
내내 저렇게 살았겠지.
다만 내 눈에 띄지 않았던지 아니면
내가 관심이 없었던지 그랬을 것이다.
날고 싶다.....
가끔은 옛날 아주 오래된 시
새가 되어 날고 싶다...뭐 그런 시였던 것 같다.
그 시가 생각난다.
ㅎ..
어이없어... 무슨 수로 날아..
비가 그친다 그친다 하는데...
날씨 어플에도 비 그림은 이미 사라졌는데
비는 여전히 오락가락한다.
흐렸다 맑았다를 반복하며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한다.
그 덕에 오늘도 멍뭉이 산책은 오래 먹는 간식으로 대신하고..
가끔 이런 기회는 마치 휴가처럼 좋기도 하지만
한 바퀴 돌고 오면 멍뭉이도 좋고 나도 좋고 하련만 싶기도 하다.
여기저기 비가 많이 와서 들썩들썩하던데
이렇게 비 내리는 것만 무슨 애인 바라보듯이 보고 있어도 되나..
좀 찔리는 감이 있지만..
그거 같다.
걱정은 걱정이고
좋은 건 좋은 거라는...
아직 내가 비에 크게 데이지 않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비가 많이 와서...
큰아이는 물론 일도 더 많을지도.. 더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철없는 엄마는 그저 그냥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게 좋다 한다.
뚝 뚝 뚝,,,.....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만 남기고
비는 또다시 그쳤다.
비도 염치가 있겠지.
내리더라도 잠시 쉼.. 내지는
하루 이틀쯤 쉬어 갈 줄은 알겠지.
여기저기 작은 웅덩이들이 만들어진 것이 잠깐의 시간 동안 제법 많은
비가 내린 모양이다.
비 덕분에
더위는 쉬어가고..
비 그치면 다시 더위가 찾아오겠지.
그렇게 7월은 붉게 물들이며 사그라들겠지.
꽃밭에나 다시 한번 둘러봐야겠다.
아침에 열심히 보듬고 다듬고 쓰다듬고..
일으켜 세우고 했는데
몇 번 더 내린 비에 꽃들은 또 얼마큼 지쳐 있는지
따스한 눈길로 다시 한번 둘러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