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일동안 보고 싶어서
천일동안 사랑하고 싶어서
천일동안 함께하고 싶어서
잘 말리고 싶은데 잘 마를지 모르겠다.
곱게 말려 겨울에도 봄에도 그리고 여름에도 다시 가을에도
보고 싶어서
엄마네 마당에서 꺾어 왔다.
내 마당에도 있지만
엄마 마당에 있는 천일홍이 천 배는 더 예쁜 것은
엄마의 정성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겠지.
명절 앞에 다니러 언니가 내려오면서
동생 면회를 가기로 했었다.
나는 절대로 운전하고 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 엄마가
운전 한지 5년 차쯤 되는 언니가 더 멀리서 내려오는 것은
뭐라 하지 않는다.
엊저녁 통화해서 일정을 맞추고 싶었으나
남편이 금요일 저녁이라고 술 약속이 있어서 혹시 싶어
그냥 있다가 아침 여섯 시 십분 쯤 전화했더니 10분 전에 출발했단다
그래 엄마네 집에 가 있으라 하고
키위를 씻어 자르고 미니 사과를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포도를 알맹이 모두 따서 씻고 파인애플을 예쁘게
담았다.
쉽게 먹을 수 없는 것을 먹이고 싶은 것은
언니라는 사람이 집 가까이 있는 곳에 있음에도 이렇게 누군가 같이 움직이지
않으면 찾아주지 않는 모르는 척 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 것이다.
엄마네 가서...
방금 삶은 옥수수랑 언니가 사 온 샤인머스켓을 추가해 담아
아이스 팩으로 시원하게 해서
언니랑 엄마랑 다시 돌아와서 집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언젠가 어머니 모시고 남편이랑 가서 먹었던 그곳에서
한 번 엄마 사 드리고 싶었다.
잘 드셔서 다행이다.
면회 시간이 어정쩡해서..
엄마 밥은 내가 샀으니까 엄마가 커피 사~ 했더니
웃으시며 그러마 하신다. 언니는 내가 살게`하고..
남편이 여기까지 왔는데 네가 사야지~ 하길래
아니 엄마 머릿속으로 열심히 계산하면서 부담 스려 하실 것 같아서..
했다.
그렇게 커피 마시러 가려다가 남편이 드라이브나 하자며 한 바퀴 돌고 돌아..
커피는 이미 어머니집에서도 마셨는데 뭐~ 하면서..
그런 남편의 마음이 고마웠다.
병원에 좀 일찍 도착했는데 다행히도 휴일이라고 바로 면회가 되었다.
좀 나아 보인다. 가슴이 콱 막히는 아픔이 언니나 내게도 있는데
엄마는 어떨까 싶다.
이런저런 당부를 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지난번보다는 가볍다.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하나쯤 벗어 놓은 듯이..
다시 엄마네로 모셔다 드려야 하기에
혼자 꽁~ 하고 있을 멍뭉이 데려가자 해서 집 앞 골목까지 왔는데
잠시 들어 가 차라도 한잔 하자 하고 싶었는데
어머니 방에 주무시고 계셔서
그냥 멍뭉이만 데리고 나와
아버지 산소 들러 엄마네 모셔다 드리고 왔다.
아버지 계신 추모원은 햇살이 잘 드는 산자락 양지바른 곳에
있다.
거기에는..
생화가 아닌 조화가 수 천 수 만송이 피어 있다.
예쁘고 단정하고... 햇살 잘 들고 바람 잘 돌아다니고
너무 좋다.
문득 드는 생각.. 누구누구의 묘비명 앞에 하나하나 조화 말고..
그냥 묘비는 그대로 이더라도 여기저기 아름다운 정원처럼 생화나 나무로
꾸며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
버려지는 조화도 어마어마하고..
조화와 햇살이 만나는 시간이 너무 길어진
누군가의 이름 앞에는 스산함이 묻어나고..
그마저도 비어있는 곳에는 쓸쓸함마저 묻어나고..
여러모로 그냥..
관리되는 추모공원이니 빈손으로 가기 뭐 해 사 들고 가는 조화 말고
예쁘게 공원처럼 관리되어서 언제든 부담 없아 찾아 가 그리운 사람
곁이 편안하게 머물 다 올 수 있는 곳이면 어떨까 싶다.
나는... 죽으면 자연장 해달라 해야지...
묘비가 뭐 필요하고.. 조화가 뭐 필요해..
그냥 햇살 잘 드는 곳에 풀과 나무와 꽃들과 하나 되어 다시
살아갈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
그렇지 못한다 해도
사라져야 하는 건 사라지는 대로 아름다울 것 같다.
들여다보면.. 애틋하지 않은 삶이 없다.
미물이든 꽃이든 사람이든..
하물며 햇살 한줄기 까지도...
가고 오고 가고 오고...
하루종일 운전해 준 남편이 너무 고맙다.
나보다 더 세심하게 엄마를 살피는 언니가 있어
다행이고 고맙다.
동생이 여전히 거기 있어 주어서 고맙고
꼬부랑 숫자를 등에이고서도 딸내미 명절 걱정하며
김치 담가주는..
송편 걱정하는 엄마가 그저 감사하고 고맙다.
송편은 사서 먹는 걸로~
엄마가 늘 거기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건강하게 계셔 주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이번 추석에는 동생네로 올라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