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그냥. . 2024. 9. 11. 22:41

천일홍 드라이플라워

 

엄마네 마당에서 꺾어 온 천일홍은 아이 방 창가 근처에 신문지를 깔고

이틀을 말렸는데 색이 곱지 않았다.

날은 덥고.. 아침에는 햇살이 들어오기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문득 고추 말리느라 일하고 있는 건조기 생각이 났다.

어차피 빈 채반이 있는데 싶어서

가져다 넣었다.

몇 번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 보고 해서 말렸다.

예쁘다.

자연건조 시키려면 일주일에서 열흘은 말려야 하는데

아주 잘 말랐다.

생화느낌의 그 싱그러운 색은 아니기는 하지만 예쁘다.

바스락.. 잘못 만지만 꽃잎이 바스락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릴지도 몰라

꽃에서 매운 내가 좀 나는 것 같다.

사실 나는 냄새에 예민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 정도이지만

예민한 사람은 꽃에서 매운 내가 나~ 할 수도 있겠다.

왜 건조기에 고추나 멍뭉이 간식 말릴 생각만 하고

꽃 말릴 생각은 못했을까?

지난번 내 생일 때 받는 꽃들이 마악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음에는 꽃 선물 받으면 말려야지 그러고 있다.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기는 했지만 

믿지 않았다. 

청개구리도 아니고 피노키오는 저리 가라로

늘 말로만 비였기 때문이다.

날이 흐려지고 빗방울이 몇 개 떨어지길래

화분들을 비마중 시키고 속을 샘 치고~

집안으로 들어왔는데 우수수수수 

쏟아진다.

그래 이렇게 한 시간만 내려주라.. 부탁하듯 중얼거리고

포치에 앉아 한참이나 비 구경을 했다.

비가 내리면..

빗물이 마당에 내리 꽂히면서 튕겨져 오르며 만들어 내는

동그라미를 보며..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흥얼거리게 된다.

비가 내리면 그에 연관된 노래를 들을 때가 많은데도

내 입에서는..

소나기가 쏟아지거나 폭우가 내리면...

빗물 빗물.. 빗물.. 하기보다는

동그라미.... 를 흥얼거리고 있다.

텃밭 고추 고랑에도 물이 고이고

꽃밭에도 마당에도 마당에 마중 나간 화분들에도

비는 거칠게 또는 부드럽게 한참을 내려 주었다.

이 비가.. 목마른 많은 것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약비였음이다.

비가 내려서 그런가..

풀벌레 소리가 더 처량하게 들리네..

이제 비도 내렸으니 

여름을 슬그머니 밀어 내고

가을이 성큼성큼 들어왔으면 좋겠다.

물론...

햇살은 여전히 바쁘겠지만 그래도 9월이

중순인데 기온이 35도는 아니지 않냐고...

여름이 여름다웠으니

가을은 또 가을다워야지 않겠니.

오는 듯 가버리는 서운한 일은 없길 바랄게 가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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