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뭔가 공기가 달라진 듯한 느낌의 아침이다.
비는 엊저녁 오다 말다 한 것으로
그친 줄 알았는데 쏴아아.. 시원한 빗소리가
이른 아침의 소리에 배경음악이 된다.
비 묻은 바늘꽃은 요가라도 하는 듯 허리를 굽혀
땅과 마주하고
통째로 누은 아스타는 수 없이 맺은 꽃망울 때문인가 싶다.
아침을 먹고 마당 한바퀴를 돌고 들어 와 앉았음에도
흐리멍덩한 몸을 라테 한잔으로 흔들어 세운다.
습관인지 체질인지 유난히 기운 없는 아침에 활력으로
커피만 한 게 없다.
엄마는 비가 와서 너무 좋으시다고..
배추도 김장 무에도 더없이 좋은 해갈 비라며
들떠하신다.
비 한나절이 이렇게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적당히 때를 알고 내려주면 너무 좋은 비
명절이 코앞인데 감흥이 없다..
다만..
명절에 가족끼리 여행 간다는 사람만 부러워..
사실 그렇게 부럽지도 않다. 그런 마음이 살짝 바람 스치듯
스쳐갈 뿐...
단 한 번도 그런 일을 기대 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남의 일이려니
하는 거지 싶다.
그냥..
오늘 아침은..
멍하니 앉아 있기에는.. 오랜만에 비 내리는 아침이어서..
금세 그치고 지금은 또 그냥 흐림이지만
커피 한잔과 비 그리고 아침
비 맞은 바늘꽃 닮으려는 나를 세워 앉혀 줄 무언가가
노트북 앞에 커피한잔 옆에 두고 앉는 거였다는 거..
바람이 좀 불고..
햇살이 좀 내리면..
젖은 땅과 포옹 하는 바늘꽃도 허리를 펴겠지
오늘은 요가 다녀오는 길에
꽃집에 가서 예쁜 국화 화분 작은 걸로 두어 개
사 들고 와야지..
명절 준비야.
절화를 사다가 꽃병을 채울까.. 했는데..
꽃병은 이미 말린 천일홍이 너무도 이쁘게 자리 잡고 있으니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비가 내려서..
습기가 생겨서...
가는 꽃대 위의 꽃송이가 고개를 숙인다.
마당에 있는 꽃들만이 아니야.
비가 건드린 건..
집안에 말린 천일홍에도 손길이 닿은 모양이다.
그래도 예쁘다.
튼튼한 꽃대 몇 가지 꺾어 지금 고추 건조기에 넣어 두었다가
송이만 잘라 글루건으로 붙여볼까... 한다.
찾아 보니 그리 하는 것 같더라고..
오늘하루도 자신감과 긍정과 예쁜 마음으로
하늘바라기처럼 그렇게 건강하고 당당하게 ~
커피가 끝났다.
비도 그쳤다.
비 묻은 바늘꽃도 얼음하고 있다.
저 멀리 전깃줄에 까치 한 마리..
흐린 하늘은 또 흐린 하늘이어서 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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