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아침에 쓰는 일기

그냥. . 2024. 9. 14. 09:07

빨간 배롱나무꽃이 예쁘게도 피어있는 아침이다.
다섯 시 반쯤 눈이 떠지는 건 현관문 열리고 닫히는
남편의 기척 때문인지
아침잠이 없어지고 있음인지 
아침은 자꾸 이른 시간부터 내 정신을 흔들어 깨우고
몸은 아직 아니라고 비티고 있는 중이다.
잠시 둘과의 불협화음이 화음을 이루기를 기다리며
멀리서 옆옆 옆집에서 울어대는 닭소리를 듣다가...
새소리도 듣다가 
폰 좀 들여다 보고는 나보다 더 게으르고 싶어 하는 
방안 어둠을 내버려 둔 채 부시시 거실로 나간다.
소곤대던 텔레비전 볼륨이 마른 풀대 같은 몸이
의자에 철푸덕 주져 앉는 순간 올라간다.
고마운 일이다.
텔레비전은 큰 소리로 봐야 제맛이라고 우기는 남편이
아침 나의 단잠을 위한 배려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5분쯤 멍하니 앉아서 남편이 하는 이야기들과
텔레비전이 떠들어 대는 소리를
절반은 듣고 절반을 흘리다가 벌떡 일어나
손을 씻는다..
간단히 그러나 일하기 위해 먹는 남편과
그 보조 맞추기 위해서 또는 살기 위해 먹는 나의 아침은...
능동과 수동의 차이만큼이나 같은 듯 다르다.
설거지하고..
남편 커피한잔 만들어주고..
멍뭉이 데리고 마당 한 바퀴~ 
가끔은 골목 한바퀴..
오늘은 아침 출근길에 잠깐 들르시겠다는 분 있어서
골목을 어슬렁이다가 들어와 
음료 한잔 대접하고..
꽃밭에 봉숭아 꽃대를 베어냈다.
엊그제 내린 비로 허리는 활처럼 휘고 맺혀 있는 씨앗들은
흠..
온 지구를 꽃피우고도 남을 것 같은 위압감 ㅎ..
날마다 손을 본다고 해도 봐야 할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손 본 만큼 단정해지는 것 같다.
손님 가시고... 남편도 출근하고...
고추밭에 소독을 하고..
키만 훌쩍 큰 고추나무에는 고추가 별로 없다.
하얀 꽃이 아직 피어있는데 열매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마지막 소독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만 더 수확하면 좋고..
아니면 이웃이랑 나눠 먹을 저장용 고추나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씻고 나와 앉아 커피 한잔..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잔이 참 좋다.
계절을 모르고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도 좋고..
올려다 보이는 하늘도 구름도 전깃줄마저도 정겨운 풍경이다.
그래... 네가 버텨봤자 며칠이겠지.
하늘이 그래도 저만큼은 높아진 것 같으니 내가 봐줄게..
너그럽게 마음먹고 오늘도 기대하라는 듯 선전 포고라도 하는 것 같은
말간 하늘에 미소를 지어 보인다.
어쩌겠어.
내가 웃는다는데 네가 뭐 웃는 낯에 인상 쓰며 대하지는 않을 거 아니야
닭은 끊임없이 운다.
저 닭도 스트레스가 많은 모양이다.
이마에 남북이 났다. 
어제 방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줍고 일어나 방향전환을 하다가
삐그덕 세상이 잠깐 흔들렸는데 다용도실  문이 이마를 끌어당겼다.
별이 반짝~ 낮에도 별이 보이더라고..
찢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어 바라보니 문제없어 보였는데
부풀어 오르고 멍이 졌다.
그래도 다행이지 뭐야 머리카락으로 가려지는 부분이니..
내 세상이 남들보다 조금 더 불안전한 건 알고 있으면서도
남들과 똑같이 행동하려 하는 나의 불찰이다
조금은 더 조심성 있게 행동해야 하는데 말이다.
남들은 잘 모르는.. 가족들만 아는 내게는 가끔 흔들리는 지구가
그래도 나는 싫지 않다.
내가 차츰 적응하면 되는 거잖아. 그 정도쯤이야 문제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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