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모모 모모

그냥. . 2024. 10. 3. 08:22

멍뭉이와 모모여사

오후 4시쯤 산책을 나선 건

좀 덥지 않을까 싶었지만 멍뭉이의 성화 때문이었다.

긴팔 옷에 얇은 겉옷을 하나 걸쳤는데도 춥더라고

바람이 반갑다고 기다려 주어서 재촉해 주어서 고맙다는 듯

격하게 파고 드는데 우와 부담스럽더라고.

그래도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멍뭉이에게 그늘 만들어 주었는데

같이 이렇게 쪼그리고 앉아 쉬고 있네..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그늘이 될까 봐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산책 중에 잠시 쉼이 참 여유롭다...

 

어제 저녁에는

언제 어느 틈에 잠이란 넘이 나를 끌고 들어 갔는지

잘 모르겠다.

좀 메롱하기는 했다.

몸도 마음도..

엄마한테 전화해야 하는데.......

매탈 남네 고양이도 조금 더 보고 싶은데....

이미 이유가 없어 말할수도 없는 예민함을 누르고 있는데

뒤척이던 발끝에 놀라 앙하고 저도 놀라 이빨 세우다가

힘 조절하신 멍뭉이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다는 남편..

두두 다다 술 한잔 하신 김에 꾸중이 길어지길래

당신이 먼저 멍뭉이 발로 찰 뻔했어하며 이러쿵저러쿵

애가 뭘 알아... 눈치 보잖아. 그만하면 좋겠구먼...

이러쿵저러쿵...

길어지는 멍뭉이에 대한 내 변명에 

토라진 우리 집 남자... 아이고 그래 둘이 잘 먹고 잘 살아라

아들 방으로 쌩한 바람과 함께 탈출하시고..

남편은 내 잔소리에서의 탈출이었는데

제 잘못인가 어벙벙해진 멍뭉이는 남편 나간 문 틈만

한참을 바라보길래...

아빠한테 가 봐~ 하고 문 열고 엉덩이 툭툭 건드리니

한참 나가 있다가 들어와 침대 끝 모서리에 앉아

불 꺼진 거실을 바라보다가 잠이 들었다.

아주아주 편안한 자세로...

그래.. 아빠랑 같이 자면 움직임이 많아 이리저리 

피신 다니느라 몇 번은 움직여야는데

아빠가 거실 서 자는 여름동안은 편안했던 모양이지..

아주 편안한 자세로 원래부터 지 자리였던 듯 늘어져 주무시더라고..

 

커튼 뜨던 것 잠시 미루어 두고 

대바늘 뜨개를 잡았어. 카디건을 

요즘 철에 딱 입기 좋은 걸로 떠 보고 싶어서 

내 집에 있는 도안들 찾아보다가...

내 것에는 관심도 흥미도 떨어진다 했던가... 

유튜브 뒤져 좀 과하게 귀엽다 싶은 걸로다가 골라서

네이버 스토어에 들어가서 도안 주문했지.

도안 오기 전까지 밑단 뜨기 시작했어.

역시 코바늘보다는 대바늘이 재미있어.

속도도 나고.... 

점심 때즈음 도안이 이메일로 왔더라고.

프린트하고..ㅎ.ㅎ 

흑백잉크가 달랑달랑 돈 달래..

진작에 그런 거 알았지만 그다지 많이 쓸 일 없기도 하고

잉크 가격이 사악해서 미루기만 했었거든..

큰아이에게 부탁할까?

아니야 사무실에서 뜨개도안이라니..누가 보기라도 하면 싶고

뒷집 진영씨네는 프린터기 있지 않을까?
어디 부탁할 데 없을까? 잠깐 머리 굴리다기

주문했어.

우와 십만 원이 넘어..

하긴..

이제 예전처럼 프린터기 일 시킬 일 많지 않으니

잊어버리고 쓸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후들후들이야.

포토프린터기처럼 그런 프린터기는 없을까? 싶더라고..

잉크 갈아 끼우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벌써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그만큼 그 가격이 올라가겠지..

포토프린터기 그 작은 것도 가격이 만만찮은데 말이야.

그렇게 뜨개 시작하고....

가을은 역시 뜨개의 계절이야.

근데 웃기지.. 날이 차가워지니까 바로 달라지는 것이

뭔 줄 알아!

손이 거칠어진다는 것...

여름 내내 고무장갑 없이 집안일을 했었는데

핸드크림을 찾게 된다는 것..

고무장갑이 어느새 내 손에 끼워져 있다는 것...

가을은 그렇게 바스락 거리는 내 손과  피부와

머릿결과 내 마음속으로 파고들어..

비가 오려나 봐..

우울해진 아니 가을보다 더 가을이고 싶어 하는

몸과 마음을 촉촉이 적셔 주기라도 하려는 듯이....

 

사고 싶은 게 많다.

꽃밭을 채우기 위한 구근도 사고 싶고..

숙근 뿌리도 사고 싶고...

운동화도 하나 사고 싶고....

멍뭉이 간식 재료도 사야 하고

아들 넘 영양제도 하나 사 주고 싶고..

이것저것.. 줄 서서 기다리는 지출의 목록들...

왜 이렇게 살아 가는데 필요한 것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이 작은 몸뚱이 살아가는데 뭐가 그렇게 많은 것들이 필요한지.. 

아들 넘들 독립시키면 좀 여유 부리며 살아질 줄 알았는데

어디 구멍이 그렇게 뽕뽕 뚫려서 메우고 사느라

정신이 없는지...

어찌 보면 여유겠지.

누리고 살지 않은 것들에 대해 돌아보는 여유가 생겨

이제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뻥뻥 뚫린 내 마음을 위한 지출이....

이성은 얼마큼 떼어 저축하고로 시작하는데

현실은 떼어놓은 그것까지 다시 가져다 지출목록을 지우는..

지우고 지우면 좀 줄어들어야 하는데

왜 그렇게 잡초처럼 그 목록은 자고 일어나면 쑥쑥

새로 돋아나 있는 것인지...

그나저나 뻥뻥 뚫린 지출목록들에 배송완료들로 

채우고 나면 나는 좀 더 단단해질까?
연근같던 속내가 소나무처럼 단단해질수 있는지

묻고 싶다.

그렇다면야 무리해서라도 지출목록 찾아내고 찾아내 

정리해서 꽉꽉 채우주겠구만...

 

그렇게도 깊어져서는 멀리멀리로 날아올랐던 하늘이

오늘은 손 내밀면 잡힐 듯이 내려와 있다.

먼지 떨이개 번쩍 들어 올려 몇 번 흔들어 대면

빼꼼히 닦여서는 파란 하늘이 멀리 들여다 보일 것 같은 하늘..

내가 좋아하는 빛깔의 연 그레이와 그레이가 썩은 듯한 저 하늘빛에

내가 좋아하는 비를 머금고 있다니 

비가 내린단다... 비가...

가을비는 가을색을 더 짙게 채색하겠지.

가을 흐린 아침에 식어버린 커피잔 옆에 두고 

흐린 꽃밭과 하늘을 번갈아 바라보며

여유를 부리는 나는 참 행복한 모모여사다..

모모 모모 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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