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가을 햇살이 좋다.

그냥. . 2024. 10. 29. 13:41

용담

가을 오후 햇살이 눈부시다.

눈부신 저 햇살이 부담스럽지 않아 좋다.

살랑살랑 한 시절 괜찮게 살았으니 

미련 없다는 듯 누렇게 말라가는 미스김 라일락의

싱그러움을 잃어버린 마른 잎이 처연해 보인다.

사살 바람에 느티나무 잎사귀가 하늘을 날고

호랑나비 한 마리가 이 꽃 저 꽃들에 징검다리 놀이를 해 가며

저 혼자서도 잘 놀고 있다.

가을 햇살은 스산해서 좋다.

자꾸 신경쓰이게 해서 좋다

바라만 봐도 애절해 보여서 좋다

마음이 자꾸 쓰여서 좋은 가을 햇살 바람 그리고 하늘 

청소기 돌려놓고 골방 청소하러 들어왔다가는

창문 가득한 마당 밝음 빛에 이끌려 모르는 척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아무짝에도 쓸데도 없는 주절주절 토닥닥 거림에 

너무 많은 시간은 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말로 만들어 내는 에너지가 편치 않거나 부족해서

혼자서 주절 거리는 습관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오늘 같은 날은 

플라타너스 나뭇잎이 만들어 내는 그늘아래

나하고 멍뭉이하고 딱 둘이 누우면 좋을 것 같은 돗자리 하나 

펼쳐놓고

팔베개 하고 누워 하늘이나 실컷

바람이나 맘껏 플라나타스 수나다 양껏 

보고 느끼고 들었으면 좋겠다.

그러다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 스르르 깜박

낮잠이라도 슬쩍 흐르는 구름처럼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

살짝 추울까? 싶기는 하지만 내게는 세상 제일 귀여운 난로

멍뭉이가 있으면 어느 만큼은 괜찮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아직 커피를 못 마셨다.

오늘은 누구 애써 부르지 않아도

바람처럼 스며들어 커피 한잔 어때? 하고 물어 주는 사람..

커피 마실까? 말 걸어  주는 사람..

따듯해 마셔봐 ~향에 이끌려 고개 먼저 돌려 되돌아보게 

만드는 사람 

누구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꾀제제..

요가하고 씻고 나오려 했는데

반가운 친구 부재중전화가 와서 통화하면서 집에 왔다.

남편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김을 굽고 양념장을 만들고

청국장을 데우고.. 점심을 먹었다.

동네 한 바퀴 ~ 눈빛 애절하게 기대하고 있는 멍뭉이 모시고

돌아 들어와 

정리하고 먼지 털고 청소기 돌려놓고 이렇게 앉았으니

누구 하나 찾아온데도 부담스러워 해야 할 모양새인데

그래도 좋을 누군가가 찾아준다면..

오키~ 뭔들 어때 난 원래 꾀죄죄 김 그냥 여사야~ 하고

커피 한잔 같이 할 마음이 한가득인데

오늘도 역시 다들 잠잠하다.

잠잠인지..

다들 누구하나 흔들어 일으켜주길 기다리고만 있음인지....

먼저 소리 내지 않은 것도 습관이고 성격이다.

그래...

우선 씻고 보자..

꾀죄죄 김 그냥 여사 가을하늘 보기에 부끄럽지 않게

말끔히 앉아 누구를 부르든

가을바람이랑 커피 한잔 하든 해야 할 것 같다....

바람이 참 좋다..

약간 차가운..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그렇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이 바람이 너무 좋다.

그냥 꾀제제도 좋으니 같이 놀자는 것 같아. ㅎ...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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