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멍뭉이랑 산책길에 퇴근하는 동네 친구를 만났다.
만남 만으로도 반가운데 산책길에 같이 해 준다니
더 반가운 일이지....
들판에 핀 감국을 늘 보고 지나치기만 했었는데
오늘은 한 아름 꺾어 들었다.
아마도 친구가 있었기에 내어 본 욕심일 게다.
한 두 가지 내가 먼저 꺾었는데
친구가 더 많이 꺾는 거다.
그래서 안 꺾을 것처럼 그러더니~ 했더니
집안에 꽂아 두려면 많이 꺾어야지~ 하는 거다.
그래서 나도 양껏 꺾었다.
구름 같다. 노란 구름
몽실몽실 예쁘게도 피었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감국을 그냥 오며 가며
예쁘다 예쁘다만 했었는데 이렇게 들여오니
내 공간이 환해지네..
이만큼 들판에서 사라졌다고 아쉬워할 누구는 없겠지 설마..
설령 그런 누구 있다 해도..
그냥 내게 양보해 줘..
내 기분이 요즘 외줄을 타고 있거든..ㅠ.ㅠ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이 든다.
몸 전체에 딱풀이라도 붙어 방바닥에 눌어붙어 있는 듯
그렇게 나를 자꾸 끌어당긴다.
이유를 모르겠다.
그냥 게으름 탓일지도..
한겨울이면 추워서 이불 밖은 위험하다 느껴
본능적으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아니잖아.
힘든 아침의 시작은 오전 내내 이어지는 것 같다.
질척이는 뻘에 갇힌 듯한 내 몸뚱이를
그 좋아하는 커피도 어찌해주질 못한다는 게
더 슬프다.
그 누구도 나를 슬프게 하게나
신경 쓰이게 하거나
외롭게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더없이 따듯하게 베려해 주는 남편과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찾아와 주고 같이 밥 먹어주고
이야기 나눠 주는 아들이나
가족들..
골목만 나가도 커피 한잔 따듯하게 건네어 줄 이웃도 있건만
내 생애 가장 따스한 삶을 누리고 있는데
나는 왜 이렇게 자꾸 무너질까..
좋다... 싶으면 무기력이 물고 넘어지고
좋네... 싶으면 배앓이가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편안하구나... 싶으면 두통이 찬물을 끼얺는다.
고요하구나.. 싶으면 여기서 불쑥 가시 돋친 것들 들이밀고
즐겁네.. 싶으면 저기서 삐그덕 삐그덕 경고음을 울린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만큼 오래가거나
견디기 힘겨울 만큼의 크기의 것들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무너져 내린다.
아............. 그렇지.
내게 무슨... 싶은..
가을이 주는 우울함인가 싶기도 하다.
이 가을이 너무 좋은데 너무 좋아서 느끼는 뭐 그런 쓰잘데 없는
우울감..
이 안정감을 충분히 인정하고 받아들여도 좋으련만
내 어디 불안감이 있어 이 모든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지..
오늘만 살자..
그래 오늘만 살아..
오늘 건강하게
오늘 행복하게
오늘 즐겁게
오늘 열심히
오늘 최선을 다해서 오늘만 살자... 마음을 다진다.
오디오 북을 듣다가도..
노래를 듣다가도..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고양이 유튜브를 보다가도
울컥 ㅎ...
확실히 가을 타나 보다.
눈 오면 괜찮아지려나...
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것 같다.
내 스스로에 대한 애정이나 내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가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
타고난 기질인지
일상이 만들어 낸 웃자란 우울감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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