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이는 학교 가고 큰아이는 도서관 갔다가 장례식장 갈야 한다고 하고 우리 집 남자는 모임 나갔다. 뜨끈하게 라면 끓여 먹고 뜨개질 좀 하다가 씻고 앉아 버렸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중에 하나.. 아직 세탁기는 돌아가고 있고, 걷어다 놓은 마른빨래는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고, 우리 국수는 아까부터 아빠를 기다리는 것 같다. 아빠가 오셔야 간식을 얻어먹는데... 하고 베란다에서 어둡기만 한 마당을 응시하고 있기에 안고 들어 왔더니 침대에 똬리를 틀로 누워서 대문 밖 소리에 예민하다. 텔레비전은 좀 크게 틀어 놨더니 자는지 고요하다. 아... 아니네 멀리 들리는 옆집 멍뭉이 소리에 눈 똥그랗게 뜨고 귀 쫑긋이네.. 저 넘도 누구를 기다려야 간식이 많이 오는지 안다. 그나저나 우리 국수는 누굴 닮아 장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