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0 145

여느 날처럼

작은아이는 학교 가고 큰아이는 도서관 갔다가 장례식장 갈야 한다고 하고 우리 집 남자는 모임 나갔다. 뜨끈하게 라면 끓여 먹고 뜨개질 좀 하다가 씻고 앉아 버렸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중에 하나.. 아직 세탁기는 돌아가고 있고, 걷어다 놓은 마른빨래는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고, 우리 국수는 아까부터 아빠를 기다리는 것 같다. 아빠가 오셔야 간식을 얻어먹는데... 하고 베란다에서 어둡기만 한 마당을 응시하고 있기에 안고 들어 왔더니 침대에 똬리를 틀로 누워서 대문 밖 소리에 예민하다. 텔레비전은 좀 크게 틀어 놨더니 자는지 고요하다. 아... 아니네 멀리 들리는 옆집 멍뭉이 소리에 눈 똥그랗게 뜨고 귀 쫑긋이네.. 저 넘도 누구를 기다려야 간식이 많이 오는지 안다. 그나저나 우리 국수는 누굴 닮아 장난..

어제는

날이 세 초롬 하니 춥다. 영웅이 신곡 나오는 날이었어서 열두 시 되자마자 음원사이트 들어갔지. 좋더라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하기도 하고.. 계속 듣고 있어. 음원으로 듣고, 네이버에서 동영상으로 보고 유튜브 찾아 들어가 듣고 전 세계인이 본다는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듣고... 첨으로 컬러링 해볼까.... 생각하고 어플 설치할까 생각했었어. 근데 컬러링은 내가 아니라 내게 전화하는 사람이 듣는 거라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언젠가... 누구 컬러링에 전화를 걸다가 깜짝 놀라 전화기를 귀에서 멀리 뗀 기억이 있거든 물론 영웅이 노래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벨소리로 할까 하다가 그것은 또 내가 워낙에 많이 들어서 노래인지 벨소리인지 구분이 잘 안될 것 같은 거야 그래서 말았어. 그냥 ..

지난 명절에..

엄마가 주신 올기쌀을 먹고 있다. 올기쌀을 어렸을 때 먹은 기억이 희미하게 있을 뿐 요즘에도 이런 걸 먹는구나 하고 엄마가 애써 만들어 주신 거니 먹어야지 하고 먹고 있다. 처음에 몇 알 먹을 때는 이 땡땡한 걸 뭔 맛으로 먹지 했는데 엄마가 가르쳐 준 방법대로 먹으니 제법 고소하고 맛나다. 손이 가요 손이 가~ 하는 노래가 딱일 만큼 자꾸 손이 간다. 이거 출출할 때 딱이겠다 싶다. 지난 명절 며칠 전에 누가 가져다 놓은 것인지 모르는 것이 대문 앞에 있었다. 남편이랑 운동 나가다가 봤는데 옆집 둥이 언니가 아까부터 있었다면서 국수네 거 아니겠느냐며 가지고 들어가라 했다. 그러나 그날은 오후 내내 사람이 집에 있었고 누가 가져다 놓은 것인지도 모르는 것을 집안이 들이기를 망설였지만 그것이 복분자 술하과..

하...

오이지는 나하고 안 맞는 모양이다. 몇 년 전 옆집 둥이네 언니가 텔레비전에서 가르쳐 준대로했더니 대박이라며 일러 주시길래 그대로 따라 해서 대박이 났다. 한 일 년은 걱정 없이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다음 해였을 거야. 잘 되었던 것 생각해서 백개 정도 다시 했나 봐~ 근데 그해는 초여름부터 엄청나게 더웠어. 오이가 소금속에 있는 오이가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익어 버린 거야 그래서 통째로 가져다 버리고.. 그리고 또 한 번은 다용도실 냉장고 고장 난 줄 모르고 있다가 상해서 버리고... 올해 커다란 김치통에 오이지를 담가 놓고 누름돌로 쓸만한 것이 마땅치 않아서 머리 쓴다고 지퍼팩에 물 담아 눌러 놨는데 사나흘 지나서 봤더니 지퍼팩이 열려 있는 거야. 이런... 다시 간 맞추고 초 맞추고, 어쩌고 ..

지난 토요일

지난 토요일 이모님 딸 결혼식이 있어 갔었다. 주차장 입구에서 발열 체크하고 입구에서 또 발열체크 손 소독 그리고 명부 작성 사람마다 마스크는 기본이다. 참 진풍경이다 싶었다. 예식을 보고... 이모님이 참 만감이 교차하겠다 싶었고, 아프신 이모부님은 눈물을 훔치신다. 인생에 회한이 참 많이 들었을 듯싶다. 철없이 해맑은 신랑과 애써 웃는 듯 보이는 신부 동서들 말에 의하면 한 카리스마 하시겠다는 신랑 측 어머니 많이 간소화됐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예식이었다. 간소화되어 가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하는 나는 너무 좋았다. 이른 예식이라 점심이 어중간하기도 했고, 김여사의 여러 가지 이유로 밥은 먹지 않기로 하고 집으로 오려했는데 둘째네가 점심이나 먹고 가자 그래서 잘 먹었다. 여유 있게 살면서 그 여유..

엄마

엄마가 김치를 담아 놓으셨단다 김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뭔 김치냐 했더니 무우가 김치담기 딱 좋아 아직은 아쉬운 배추 잘라 담아 놓으셨단다 코로나 때문에 당연히 못가지 그러고 있었는데 와서 김치만 가져가라신다 아마도 딸래미 안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다행히 요즘 괜찮다 엄마 눈에도 괜찮아 보여야 할텐데 걱정이네

이거

요즘 욕심내고 있는 거다. 가격이 너무 세서 한 번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자꾸 욕심이 난다. 탑다운을 뜨는데는 그리고 강아지 옷을 뜨는 데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 같다. 몇십 년을 오백 원짜리 아니 실 사면 덤으로 주는 대바늘도 불편한 줄 모르고 썼었는데 탑다운 방식으로 하다 보니 사은품 대바늘로는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고. 근데 뭐 내가 탑다운으로 스웨터를 뜨는 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일 년에 한 번? 뜰까 말까 하지만 욕심이 생기네 강아지 옷 뜰 때도 뜨는 시간보다 바늘 중간중간 코 밀어 빼는 거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 다는 게 예전에는 당연한 거였는데 지금도 물론 당연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욕심이 나는 바늘이다. 사실 요즘은 체력 덕분인지 엄..

그냥 쉬고 싶은 날

멍뭉이 전용 의자다. 내가 주방에서 뭘 하거나 바삐 돌아다니면 꼭 앉아서 쉰다. 방석을 깔아 주니 더 잘 올라간다. 잘 써주니 기분 좋다. 열심히 떠 주었는데 안 쓰면 것도 서운할 텐데 말이다. 그냥 쉬고싶은 날이다. 뭐 특별히 바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여기저기 쑤시는 날~ 흐.. 이런 이야기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저녁 먹고, 암것도 하기 싫어 빨래만 널고 걷고 뒹굴 거리다가 큰아이 출근시간 맞춰 깨워서 밥 먹이고, 세탁기가 빨아 놓은 빨래 또 널고.. 마른빨래 정리하고 큰 아이방 정리하고 나와 노트북 앞에 마악 앉았는데 작은 넘이 들어온다. 밥 안 먹고 온다고 했으니 또 챙겨 드려야지 저 좋아하는 국에 반찬 간단히 챙겨 밥 차려 드렸더니 돈가스 튀겨주지.. 한다. 이제..

나 원 참이다.

우연히 블로그에 달력을 봤는데 월요일인 전멸이네 뭔가 지나갔던 날은 발자국이 남는데 월요일은 아주 깨끗하네 월요일이 유난히 바빴나? 아님 좀 피곤한 날이 많았나 싶다. 오늘도 그냥 넘겼더라면 10월의 월요일은 좀 허전했겠구나 싶다. 우리 국수는 순둥이다. 호기심 무척 많고, 개방정 발랄하다. 세상 모든 사람이 자기를 사랑한다고 믿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모든 사람에게 친한척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달려들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눈치로 아는 것 같다. 저 사람이 나에게 적대감이 있는지 없는지 조금이라도 이뻐하는 느낌이 오면 주인은 안중에도 없고 그 사람을 따라갈 기세로 좋아라 난리다. 견종들을 만나도 호기심 때문인지 친화력 때문인지 먼저 다가간다. 저어 기서부터 한참이나 나더러 서두르라며 잔소리하듯 끌고..

소심한 사치

효자동 다있어까지 가서 쓸어 담아 왔다. 작은아이 편도 수술했을 적에 병원에서 심심해서 옆에 있는 거기 가서 여섯 개 사다가 강아지 옷을 떠 봤는데 너무 맘에 드는 거야 뜨개질하는 내내 손도 건조해지지 않고, 떠서 입히고 빨고 하다 보니 보플도 많이 안 일어나고 그러는 중에 그때 남은 뭔가 하기에는 어중간한 실이 있었는데 동영상으로 목도리 뜨는 거 너무 쉬운데 너무 맘에 드는 방법이 있어서 떠 봤는데 목도리로는 영 아닌 것 같은 색이 너무너무 맘에 드는 거야 그래서 효자동까지는 너무 멀어서 인터넷 쇼핑몰 다 뒤져 봤는데 없는 거야 그래서 남편더러 이야기했더니 실 사러 거기까지는 안 가겠다고 그래는데 별 수 있어. 삼십 분 이상 걸리는 거리 뭐 혼자 가도 되기는 하지만 운전이 좀.. 그래 아직은 그래서 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