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0 145

기다리면 더 늦게 온다.

방바닥 차가움이 느껴지는 계절 껌딱지 우리 집 멍멍이가 주방에 안 들어오고 소파에 앉아 있는 날이 많아졌다. 가족들 식사를 할때면 늘 식탁 밑에 앉아 어른들 밥 다 먹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누구 닮았는지 추운건 무진장 싫어하는 우리 집 멍뭉이 그 멍뭉이 방석 하나 사려고 머리를 굴리다가 만들어 볼까...봉틀이를 오랜만에 만져볼까. 하다가 방석 뜨기에 좋은 실을 발견하고 주문했는데 어제 올 줄 알았는데 오늘도 오지 않았다. 내일은 한글날이니 택배는 또 안 올 것인지.. 기다리지 않는 택배는 잘도 오는데 기다리고 있는 택배는 소식이 없다. 아직도 배송 준비 중이더라고.. 뭔 배송 준비를 며칠씩이나 하는 건지 싶다 내가 내 성격에 조급함 렸을 적에 아들 둘이랑 마트에 갔는데 뛰어다니다시피 하는 나를 두..

이렇게 이쁜 가을이

이렇게 이쁜 이 가을에 세상은 왜 그리도 시끄러운지 그냥 아무 걱정도 생각도 없이 메밀꽃도 보러 가고 구절초 공원도 가고 코스모스도 보러 가고 이쁜 가을 하늘도 맘껏 보러 가고 싶은데... 세상은 시끄럽고 사람은 움직임을 최소화하라 한다. 구절초가 쓸쓸히 지겠구나. 메밀꽃이 소리없이 시들겠구나... 그나마 저 코스모스를 날마다 보고 느끼고 만질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코스모스의 뒷 모습을 보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 산책길에는 날마다 본다. 아마도 저 길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펼쳐진 길이 아닌가 싶다. 하천 변으로 왔다가 천변도로로 돌아 가는 길 코스모스는 늘 뒷모습을 하늘 거리며 반갑다 한다. 어제.. 친정 이웃 동네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더러 대문 밖에는 ..

일상으로의 복귀

일상으로의 복귀 명절 보내고 오늘부터 일을 시작했다. 명절 동안 차곡차곡 밀린 일이 버겁다. 그래 봐야 일주일 안에 해결될 일이지만 긍정적으로 마음먹기엔 체력이 너무 저질이다. 인생사 코미디라 했던가 웃을 일 없을까봐 신경 써 주는 건가 싶어 헛웃음이 난다. 명절 다음 날 고모가 남편과 내 나이와 생일을 물어봤단다. 의도가 뻔해 보여서 가르쳐 주지 말지 했더니 뭐 별 일 있겠어. 한다. 그리고 그 담날 예상대로 고모가 전화를 했다. 고모 남동생은 3년 전부터 일이 잘 안 풀리고, 될 듯 될듯 안되었을 것이며 나는 어깨며 등이 아팠을 거라고 마가 끼여 아프단다 굿을 해야 한단다. 그런 거 관심 없다 했더니 관심 없어할 일 아니라며 사람 약점을 가지고 걸고넘어지는.... 듣고 보니 며칠 전에는 이모네 전화해..

흐린 가을날

날이 흐리다. 그 여름 비 많던 날들은 하늘이 미쳤나 봐 싶더니 뜸한 요즘은 가끔 비 그의 소식이 가끔 궁금했었다. 엊저녁 치킨 먹고 싶다는 작은 넘에게 형한테 전화해서 들어올 때 사 올 수 있으면 사오라고 하라고 했더니 사 들고 들어오면서 전화가 왔다. 엄마 택시는 탔는데 비 와~ 하고.. 작은 넘 더러 우산 가지도 동네 앞으로 나가라고 하고.. 흐흐 대문 앞까지 택시 타고 들어와도 아무 문제없는데 우리 집 가족들은 모두 동네 앞에서 내린다. 그 이유는 그냥 습관? 예전에 골목이 좁았을 적에 택시 들어와 나가는 길 복잡해 질까봐 했던 행동이 습관이 된 것 같다. 지금은 뭐 어떤 차라도 문제없이 마당까지 쑤욱 들어 올 수 있는데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어도 동네 앞에서 내려서 걸어 들어온다. 뭐..

늦은 밤

밤 열한 시를 너머 가는 시간 곤히 잠들어 있는 남편 잠을 방해할까 봐 거실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는데 작은 형아 손에 이끌려 나온 우리 집 막내의 하품이 늘어진다. 티브이보다는 뜨개질이 우선 올 가을 세 번째 국수 옷 다이소에서 천 원 주고 사온 실이 제법 맘에 든다. 부들 거리고 보풀도 잘 안 일어나는 거 같다. 실이 거칠면 손이 거칠어지는데 좋네 형아야~ 엄마 좀 말려주면 안 될까... 하는 눈으로 작은 넘을 응시 한다 방금 전 큰 형아한테 간식 얻어먹을 때는 쌩쌩하더니 엉덩이는 집 밖에 나와 있고~ 그래 그래 뜨개질 이제 그만하고 낼 하자~

하늘이 너무 이쁘다.

큰 산을 하나 넘은 듯한 피로감이 밀려든다. 삼십 년 가까이 넘어온 그 산은 아직도 버겁고 힘에 부친다. 요즘처럼 체력이 반토막 나 버린 상황에서는 두렵기까지 했다. 코로나 때문에 간소화 한다는 이들이 왜 그렇게 부러운지 혼자 차례 지내야 하는 엄마가 참 안쓰럽고 쓸쓸하겠다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엄마의 근 팔십 평생에 가장 한가로운 명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엄마가 아들 며느리 불편할까봐 먼저 말 꺼내 내려오지 말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집은 그런 어른 안 계시나 은근히 부럽기도 했지만 산을 넘고 나면 뭔지 모를 뿌둣함 있듯이 명절을 함께 보내고 나면 또 뭔가 모르는 나른한 푸근함이 있기는 하다. 서로 신경 건드리는 형제들도 아니고 서로서로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배려하며 지나가는 명절인데 나는..

어제는 웬수 오늘은 버팀목

일이 참 많은 하루였다 내가 처리해야 하는 일이래도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을 내후년이면 팔십인 엄마가 감당하고 계셨다 오늘 엄마한테 가지 않았다면 엄마의 하루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속이 너무 상하고 안타까워 목이 메이고 눈물이 났다 애초부터 내가 나서서 해야할 일이였는데 갑상선암 수술하고 삼십프로 이상 충전되지 않는 바데리 같은 몸만 탔하고 엄마한테 가는 걸 게을리 했던 내가 참 한심스러웠다 엄마는 진정이 안되고 나는 어리벙하고 우리집 남자가 나서니 빠르다 고맙고 또 감사하다 어제의 다름에 대한 회한이 오늘은 감사로 느껴진다 감사하고 고맙다

말의 무게

말 한마디의 무게를 저울에 올려 놓고 잴 수 있다면 그 무게는 얼마나 될까 말의 무게 라기 보다는 그 말의 뜻 보다는 그 단어가 주는 느낌이나 상황이나 그 말을 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겠지 말이 무거워 버거운 나 말이 새털같아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그 어디서 접점을 찾아야 하나 가끔 이렇게 지친다 다름을 인정 하는 것 하고는 다른 문제다 말이 나를 웃게 하고 말이 나를 실소하게 한다 말이 무거워서 나는 인생이 버겁고 말이 가벼워서 그는 삶이 가벼울까? 쉽지 않다 삼삽년 가까이 살 부비고 살아도... 어느 순간 내게도 가벼움이 어느 순간 그에게도 무거움이 낯설지 앓은 그런 날 올까 그냥 가을 햇살이 너무 좋은 날 텅빈 일터에서 일하기 싫어 해찰하고 있다

스산하다

한의원 다녀왔다 처음엔 기대 많이 했었는데 네번 째 진맥을 하고 문진을 하고 촉진을 하고 약을 맞춰놓고 왔다 네번 째 그만큼 엉터리였던건지 한의원이 나랑 맞지 않는건지 진료 받을땐 수긍이 되는데 내 몸은 갈수록 태산 같아 우울하다 많은 사람들이 추천해주고 정말 정성을 다해 대해주시는 거 아는데 그래서 더 맥 빠진다 가을이라 그런지 하늘인 이쁘고 벼는 익어가고 코스모스는 하늘 거리고 별은 스산하다 이눔의 몸뚱이 이제 그만 정신 좀 차리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