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아들이 젤루 무서워

그냥. . 2010. 11. 14. 21:31

 

(열살 열두살때 사진이다. 저땐 두넘 다 안경을 안썼네...)

 

 

우리집 남자..

엇저녁 총동창회에 가서 한잔 기분 좋게 하시곤~

'나..지금 택시 타고 가고 있어..마을회관 앞으로 나와~' 하길래.

'뭐하러 나가. 추워 죽겠구만~ 그냥 와~'  했더니

'안나오면 나 안들어 간다~' 하고 협박을 한다.

한참 주말드라마를 보고 있던 참이라 택시시간 제가며 머뭇 머뭇 거리다가

남편 패딩 점퍼 걸쳐 입고~ 장갑 끼고 휴대폰 들고 밖으로 나왔다.

싸아한 바람인데도 별빛은 이뿌다.

마악 대문을 나서는데 우리집 남자가 들어서고 있다.

'깜짝이야~ 그새 왔어?'

'어! 어.'

'택시타고 온다며?'

'헌준이 차 타고 왔어.'

'택시타고 온다고 나오라며~'

'ㅎㅎㅎ 내가 그랬냐~' 기분 좋은지 갈지자를 그리며

두렁이를 불러대며 계단을 올라와 현관문을 여니

큰넘이 '다녀오셨어오~' 하고 인사를 한다.

열었던 현관문 다시 닫으며 '아들들 아직 안자냐?'

'어. 지금이 몇신데 그새 자~'

'아이~ 그럼 안되지이..나 차속에서 잘께. 아들들이 아빠 술 마시는거

별루라 하잖아.'

'괜찮아. 이미 다 봤는데 뭘 그러서~ 이제 아들들도 커서 다아 이해 혀~'

하며 어거지로 끌고 방으로 들여다 놨다.

쿨쿨 잘 자고 일어난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 차 가지고 들어오길래 괜찮은가..했더니

속도 안좋고 머리도 아프다고~

그래도 일은 해야하고~ 나 혼자서는 어림 없고...

'좀 쉬고 와~' 했더니

'아들넘들이 뭐라 그래. 아빠는 술 마시고 힘들다고 쉬고 엄마만 일 시킨다고~'

'ㅎㅎㅎ 어때. 맨날 그러는 것도 아니고~'

'아녀 아녀. 괜찮혀~'

'그럼 차안에서라도 좀 쉬어~' 했더니 그럴까~ 한다.

'아이구~ 우리 신랑 불쌍해서 어째. 아들넘들 눈치 보느라 집에서 편히 쉬지도 못하고~'

'긍게 말이다. 아들넘들이 크니까 행동 하나 하나가 쬐끔 조심 스럽기는 하당게~' 하며 웃는다.

ㅎ...

그러게..

적당히 마시지.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왜 그렇게 좋아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집 남자가 가장 무서워 하는것은 아들넘들 같다.

아이들에게는 괜찮은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인게지.

그 마음 이해가 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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