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있는데 막둥이넘 전화가 왔다.
깜짝 놀랬다. 학교에서 전화하는 일은 아파서 조퇴하는 일
외에는 없었기 때문에
빛의 속도로 머릿속을 지나가는 생각..
어제 좀 차가운 물로 샤워 했다더니 감기 걸렸나..하며 전화를 받았다.
'어. 아들. 왜?'
'엄마. 오늘 시험인지 몰랐는데 시험 보는 날이네. 일찍 끝났어.
엄마 집에 있나..해서.'
'아이구 이눔아..너 그러고 살래? 어떻게 시험 보는 날도 모르냐!'
'ㅎㅎㅎ 그러게..이발하고 갈라 그랬는데 미용실 문 닫았네. 집에 갈께.'
'다른 미용실이라도 가지~'
'아녀. 내일 자르면 돼.'
'알았어. 어서 와. 엄마 집에 없을꺼야 니가 알아서 점심 챙겨 먹어.'
'알았어.' 한다.
마저 점심 먹고..설거지 하고..커피한잔 마시며 앉았는데 작은넘이
불쑥 들어온다.
'시험 봤다며!' 남편이 묻는다.
'예.. 오늘부터라네요.'
'너 막 찍었지. 아무렇게나.'
'아니에요. 첫시간이 기가여서 기가 하고 써놓았다가 선생님한테
걸려서 욕 먹고 다시 풀었어요.'
'뭐? 그게 뭔데.'
'답안지에 ㄱ ㅣ ㄱ ㅏ 하고 칸에 색칠하는거죠. 뭐.기말은 아무 필요 없어요.
그래서 애들 그냥 막 아무렇게나 찍어요.'
'잘 혼났다 이눔아. 너만 혼났지.'
'아니요. 다섯놈이서 그렇게 하자 약속했는데 다 걸려서 야단 맞았어요.'
하며 웃는다.
시험..
중3 2학기 기말시험은 말 그대로 그동안 시험 때문에 받았던 스트레스
푸는날일 뿐인것 같다.
그동안 시험볼때면 시험기간 한달전부터 독서실에서 열두시 반. 땡 쳐야 나오던 넘.
티비도, 컴도, 세상에 없는 존재로 생각하고
전자사전이며 폰에 있는 게임까지 삭제해버리고 자기 관리 하던 넘이
오늘이 기말고사 첫날이라는데
시험보는 날인줄도 모르고 학교 갔다는거 하며
티비 보고, 컴 하고..뒹굴거리고....문자하고...
누릴것 다아 누리고 즐거워 한다.
시험기간에 놀고 있으니 더 더 더 행복하단다.
티비속에 푸욱 빠져든 아들넘 웃음소리가 거실 가득 채워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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