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켰습니다.
그냥...
우리집 남자는 벌써 새근새근 아이처럼 잠들어 있고..
형광등 불빛에 자꾸 깨다 자다를 반복하는 남편을 위해
어둠속에서 티비 앞에 앉아 있자니 눈에 들어오는 화면도 없고.. 해서
책이나 읽어볼까..해서 촛불을 켰지요.
ㅎ..
옛날 사람들은 시력이 무지 좋았나봐요.
어떻게 등불 하나만 켜놓고 한글도 아니고 그 복잡한 한자책을
읽고 쓰고 하셨을까요.
촛불 흔들림에 따라 글자가 흔들리고..
도대체가 읽을수가 없는거에요.
가만히 촛불을 책 앞으로 끌어다 놓고 읽으니
글은 읽을만 한데 초 타는 냄새가 그닥 좋게 느껴지지 않네요.
금새..
오분도 지나지 않아 책 읽는 거 포기하고..
가만히 촛불을 들여다 봤어요.
한시도 가만 있지 못하는 불꽃..
내 입김이..내 숨 한번이 그렇게 너에게 위협적이니?
내 콧바람이 그렇게 쎄?
가만히 고개 돌려 곁눈질로 쳐다봐도 잠시도 얌전히 있지 못하고
흔들리는 불꽃..
불꽃의 흔들림은
내 입김 또는 숨, 콧바람 때문이 아닌
저만의 것이였음을 깨달았지요.
그래..
제몸 살라 어둠을 밝히는 일이 어디 그렇게 간단한 일이여야지..
너만의 고통이나 번뇌가 많구나...싶드라구요.
호오..
양초의 고통이나 번뇌를 잠재워 주고 싶은 마음에
입김 한방으로 불꽃을 잠재우고 말았지요..
거실..
쫌 춥긴 해도 책을 못읽을 정도는 아닌데..
컴은 되는데 책은 왜 안된다 생각한 걸까요.
참..
핑계도 여러가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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